일본킬러 계보, 新3총사가 잇는다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봉-임-김’ 트리오, 원조킬러 이선희-이승엽 뒤이을 투타 핵 부상

대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떠들썩했던 일본은 조용해졌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라운드 1, 2위 결승전이 열린 9일.

일본 후지TV는 9일 아침 방송에서 7일 한국 선발로 나왔던 김광현(SK)을 다시 끄집어냈다.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한 모형까지 준비해 김광현의 공을 일본 타자들이 어떻게 공략했는지 재연했다.

몇 시간 뒤 일본은 한국에 0-1로 졌다. 이날 밤 후지TV는 일본 대표팀이 미국행 전세기를 타는 장면만 부각했다. 불과 반나절 전의 호들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이 이틀 만에 ‘도쿄돔의 치욕’에서 벗어난 데는 왼손 투수 봉중근(LG)의 역할이 컸다. 이날 승리로 봉중근은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 킬러 왼손 투수’ 계보에 이름을 올릴 강력한 후보가 됐다.

한국의 왼손 투수는 유독 한일전에서 ‘킬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계보의 맨 앞에는 1977년 11월 니카라과 슈퍼월드컵에 출전한 이선희(삼성 스카우트)가 있다. 그는 이 대회 결선리그 최종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완투승을 따냈고 한국은 이튿날 우승 결정전에서 미국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 한국은 1980년대 김기범(전 LG)에 이어 1990년대 구대성(한화)까지 ‘일본 킬러 왼손 투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투승을 챙긴 구대성은 2006년 제1회 WBC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계보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던 김광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광현은 7일 일본과의 1차전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분석해 온 일본에 무너졌다.

일본은 ‘킬러’가 무너졌다고 여유를 부렸지만 또 한 명의 왼손 투수 봉중근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봉중근은 원년 WBC와 지난해 올림픽에도 대표팀에 뽑혔지만 일본을 상대로는 WBC 아시아 라운드에서 선발 김선우(두산)에 이어 등판해 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9일 일본전은 왼손 투수 봉중근 외에도 마무리 임창용(야쿠르트)이 ‘언더 핸드 일본 킬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일본과의 1차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상대로 140m짜리 초대형 투런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한화)이 다시 결승타를 때리며 ‘원조 일본 킬러’ 이승엽(요미우리)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한두 경기 잘했다고 킬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호들갑이다. 한국은 이제 미국 본선 라운드에서도 숙적 일본과 대결해야 한다.

봉중근, 임창용, 김태균이 ‘일본 킬러’ 계보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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