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피 뺨치는 노장들 “나이는 숫자라니까…”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철저한 관리로 세월을 거스르는 프로 선수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네’라는 말이 나온다. 한 고참 선수는 “하루하루 목을 내놓고 경기장에 나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프로야구 투수의 정년을 40세로 인정한 판례를 남겼다. 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산정 기준으로 스포츠 선수의 정년을 35세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비웃듯 프로 스포츠에서는 나이를 뛰어 넘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늘고 있다.

○ 20대 못지않은 30, 40대 전성기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중 현역 선수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야구다. 거의 매일 경기가 있지만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현역 생활이 긴 편이다.

송진우(한화)는 현역뿐 아니라 역대 최고령으로 그가 등판할 때마다 국내 프로야구의 역사가 달라진다. 송진우는 호적상 43세(1966년)로 돼 있지만 실제 나이는 45세(1964년)이다. 이 밖에도 투수로는 구대성(40·한화)과 가득염(40·SK), 타자로는 김동수(41) 전준호(40·이상 히어로즈) 양준혁(40·삼성) 등이 나이를 잊고 뛰고 있다.

90분간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는 아무래도 골키퍼가 오래 뛰고 있다.

현역 최고령은 골키퍼 김병지(39·경남 FC)로 최은성(38·대전 시티즌)과 이운재(36·수원 삼성)가 뒤를 잇고 있다. 필드 플레이어로는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김기동(37)이 있다. 역대 최고령은 귀화한 골키퍼 신의손으로 2004년 은퇴할 때 나이는 44세였다.

몸싸움이 많은 농구에도 40대 선수가 있다. 현역 최고령인 이창수(모비스)는 40세로 이번 시즌을 마치게 되면 역대 최고령인 표필상(은퇴 당시 40세)을 뛰어넘게 된다. 문경은(38·SK)과 이상민(37·KCC)도 고령 선수 계보에 올라 있다. 여자 프로농구에서는 현역과 역대 최고령 기록을 전주원(37·신한은행)이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배구는 현역 최고령 선수가 35세의 후인정(현대캐피탈)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가장 짧은 편이다. 역대 최고령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으로 이탈리아에서 은퇴할 당시 40세였다. 여자부에서는 2004년 은퇴한 김남순(당시 34세)이 역대 최고령이며 현역에서는 이숙자(29·GS칼텍스)가 코트를 누비고 있다.

○ 과학 발전으로 40대 선수 증가

20대부터 시작되는 인간의 노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앞에서 열거한 중년 선수들은 세월을 거스르는 듯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수명 연장과 스포츠 과학의 발전, 그리고 고른 영양 섭취 등을 비결로 꼽았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책임연구원은 “훈련과 선수 관리가 과학화되면서 선수 생명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때보다 근력과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과학적 트레이닝으로 나이가 들어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수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 점도 40대 선수의 증가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국내에서 50대 현역 선수를 볼 날도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유난히 배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은 이유에 대해 성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상하 운동이 많아서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선수 생명이 짧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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