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자율총재’ 선임 다시 안갯속으로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8개구단 사장단 추대한 유영구 씨 자진사퇴

“보이지 않는 압력 있었나”… 낙하산 총재 우려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제17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인선이 미궁에 빠졌다.

유영구(62·사진)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22일 KBO 총재 추대를 고사했다. 8개 구단 사장들이 16일 중도 퇴임한 신상우 총재의 후임으로 유 이사장을 추대한 지 6일 만이다. 유 이사장은 당시 “감사하다. 야구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사회의 공식 추대를 하루 앞두고 “프로야구는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데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총재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KBO 총재를 최종 승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8개 구단 사장들의 유 이사장 추대에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써 10년 만의 민선 KBO 총재 선임은 제동이 걸렸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한 이후 KBO 총재는 두산 구단주를 지낸 12∼14대 박용오 총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권 인사의 몫이었다.

▽혼란에 빠진 야구계=각 구단 사장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SK 신영철 사장은 “유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고사 의사를 밝혀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이사회에서 KBO의 설명을 듣고 새 후보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산 김진 사장은 “(유 이사장께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 KBO 총재를 맡아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유 이사장의 총재직 고사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했다. 23일 이사회에서 유 이사장을 공식 추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KBO 총재는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에서 각각 4분의 3 이상의 동의로 추천하면 문화부는 이를 최종 승인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KBO가 새 총재를 공식 추대하기도 전에 문화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불만을 표시한 데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외압은 없었다”고 했지만 유 이사장이 갑자기 뜻을 바꾼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낙하산 인사?=유 이사장이 총재직 추대를 고사하면서 다시 낙하산 인사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구단 사장은 “이사회가 18일에서 23일로 연기됐을 때부터 (정부가 총재 인선에 개입한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BO가 8개 구단의 뜻과는 달리 입맛에 맞는 총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권과 문화부에 로비를 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야구인들은 KBO 총재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KBO가 빨리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야구를 좋아하고 행정력을 갖춘 분이 총재를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KBO 총재는 정운찬 서울대 교수처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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