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쇼타임!…미국, 광란에 빠진다

  • 입력 2008년 8월 28일 09시 19분


美, 거대한 ‘쩐의 전쟁’ 속으로…NCAA·NFL 시즌개막 눈앞

미국 스포츠는 이제부터 풋볼 모드로 접어 들었다. 29일(한국시간)부터 NCAA 대학풋볼이 시작된다. 이어 9월5일 전년도 슈퍼볼 챔피언 뉴욕 자이언츠-워싱턴 레드스킨전으로 2008 NFL 시즌의 막이 오른다.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이제 주말이 되면 풋볼 뉴스에 가려 야구는 단신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풋볼의 위력은 막강하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 방송의 풋볼 해설자는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풋볼을 모르면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없다. 풋볼은 미국인들과 가장 가까워지기 쉬운 공통분모다. 풋볼이 벌어지는 시간에는 공원이나 골프 레인지에서 미국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풋볼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격투기다. 온갖 장비를 갖추고 게임을 벌이지만 격렬한 몸싸움에 부상은 다반사다. 한 시즌 게임수가 대학은 12, 프로는 16으로 매우 제한된 경기를 펼치는 것도 부상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풋볼에 빠지는 이유는 많다. 미국의 개척정신 때문에 열광한다는 주장도 있고, 격투기와 스포츠를 혼합한 격렬한 몸싸움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게 풋볼 베팅이다. 라스베이거스는 풋볼 계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10월쯤 가보면 미국 스포츠 판도를 알 수 있다. 월드시리즈가 진행돼도 그 앞에 TV를 시청하는 이들은 소수다. 하지만 풋볼을 켜놓은 TV 앞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베팅한 결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풋볼 베팅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진다. 승패는 매우 단순한 베팅에 속한다. 쿼터별 스코어 맞추기, 팀의 선취점 여부, 스코어 차이 등 베팅 항목이 수없이 많다. 풋볼의 계절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합법적으로 벌이지는 베팅의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BCS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미국의 풋볼 구조는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대학풋볼과 프로 NFL이다. 대학풋볼 명문 팀들은 NFL 부럽지 않을 정도로 수익구조가 탄탄하다. 2006년 로즈볼 우승과 함께 내셔널챔피언에 오른 텍사스 대학의 경우 당해 연도 수입이 5320만달러(532억원)였고, 수익은 3870만달러(387억원)에 이르렀다.

풋볼 하나로 대학이 버는 돈이다. 풋볼로 한시즌만 치르고 나면 웬만한 건물 한채는 지을 수 있다.

한 시즌에 볼(Bowl)을 포함해 13경기를 치르는 감독에게 연봉 300만달러씩을 선뜻 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도 철저한 수요 공급의 원칙이 이뤄진다.

USC대학은 올해 홈 6경기를 치른다. 지난해를 비춰봤을 때 올해도 전 경기가 매진될 가능성이 높다. 홈으로 사용하는 콜리세움의 수용인원은 9만명이 넘는다. 풋볼 수입은 입장료에 그치지 않는다.

주차료, 구장에서 사먹는 식음료, 유니폼, 모자 및 USC로고가 새겨진 용품 판매, 중계권료 등 프로 팀의 수익구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USC가 속한 콘퍼런스가 ‘팩10’으로 10개 대학이 있다. 풋볼에 국한된 팩10 콘퍼런스의 재정, 관중동원은 한국 프로야구 규모보다 더 크다.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NFL 프랜차이즈 팀을 만들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게 바로 USC와 라이벌 UCLA의 방해 로비가 만만치 않은 것도 한 이유다.

대학풋볼은 기량 차이가 커 NCAA 디비전을 세분화 한다. 디비전I-A, I-AA, 디비전II, 디비전 III로 구분한다. 보통 TV로 중계되는 게임이 디비전I-A 팀들이다. 119개의 학교가 콘퍼런스별로 소속돼 있다.

매주 랭킹이 매겨지고 정규시즌을 모두 마치면 결승전격인 볼게임을 치른다. 1998년부터 BCS(Bowl Championship Series)가 신설돼 BCS볼에 진출하는 팀이 톱 랭킹 10위인 셈이다. 내셔널챔피언십, 로즈볼, 피에스터볼, 오렌지볼, 슈거볼이 바로 BCS볼이다. 여기에 진출하는 대학은 BCS로부터 참가비만 무려 1200만달러(120억원)를 받는다.

대학풋볼이 거의 프로화되다보니 부작용도 많다. 풋볼 명문팀들의 선수 졸업률은 60%도 채 안된다. 대학풋볼은 아카데미를 우선하는 학생 스포츠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몇몇 대학의 감독은 선수 졸업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장외에서 벌어지는 사고도 빈번하다. 폭력, 성추행 등 대학 선수들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큰 돈을 쥘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신분을 망각하고 있어서 그렇다.

학생들이 후원자(Booster)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USC 출신으로 대학 최고의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은 현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러닝백 레지 부시가 이 문제로 아직도 조사를 받고 있다.

풋볼은 동문들의 압박과 성화가 극성인데다 후원도 대단하다. 예전에는 순수한 대학풋볼의 성격을 띠었지만 이제는 학교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이 바로 해고된다.

풋볼을 보면 미국이 보인다.

LA|문상열 통신원

[관련기사]대학풋볼의 양키스 ‘노터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