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무엇을 남겼나]<中>꽃미남 선수들 깜짝 투혼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46분


꽃미남 선수들 깜짝 투혼

국민 응원열기 불붙였다

인기에만 취해 있다간 나락으로… 본업 충실해야

배드민턴 이용대(20·삼성전기)는 유명하지 않았다. 적어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기로만 보면 박태환(19·단국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중3 때 역대 최연소 대표로 선발된 이용대는 3월 전영오픈에서 정재성과 함께 남자 복식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지만 ‘비인기 종목 스타’인 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용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인이 됐다. 사상 처음으로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신드롬’도 만만치 않았지만 박태환은 이미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때부터 인기인이었다.

이용대가 인기 돌풍의 주인공이 된 데는 본인 스스로 ‘이승기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는 잘생긴 얼굴도 크게 한몫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TV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박태환이 ‘국민 남동생’으로 우뚝 서며 CF 업계를 주름잡은 것도 외모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용대의 소속 팀인 삼성전기는 “10여 개 업체에서 CF 모델 제의가 들어왔다. 방송 출연 섭외도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 올림픽에서와 마찬가지로 베이징 대회 역시 많은 스타를 낳았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올림피언 모두가 별들이지만 특히 이용대와 박태환의 경우 ‘꽃미남’ 외모 덕을 톡톡히 봤다.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여기는 태권도 선수라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손태진(20·삼성에스원)도 작은 얼굴과 또렷한 이목구비로 미남 대열에 합류했다.

‘꽃미남과’는 아니지만 금메달리스트 유도 최민호(28·한국마사회)는 순진한 외모가 돋보였다. 역도 사재혁(23·강원도청)은 서글서글한 용모와 환한 웃음으로 인기를 끌었다. 왼쪽 갈비뼈가 부러진 채 투혼을 불살랐던 유도 왕기춘(20·용인대)은 개성 있는 외모로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경우. 사격에서 우승한 진종오(29·KT)는 지극한 아내 사랑과 털털한 웃음으로 아줌마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느 대회보다 젊은 메달리스트가 많았다는 것. 박태환은 이제 열아홉 살이고 이용대 손태진 왕기춘은 ‘88둥이’ 스무 살이다. 야구에서 세계 최강 쿠바와 일본을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원투펀치’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은 각각 21세, 20세다.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황경선(한국체대) 임수정(경희대) 차동민(한국체대)도 이제 스물둘밖에 안됐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한국의 개인종목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는 당시 21세였던 레슬링 정지현(삼성생명)이었다.

올림픽은 끝났다. 젊은 선수들은 이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우쭐해 본업인 운동을 게을리 하면 인기는 금세 사그라진다. 이봉주(38·삼성전자)가 10년 넘게 ‘국민 마라토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외모 때문이 아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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