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머릿속에 점점 뚜렷이 보여요”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장애인올림픽 D-50… 시각장애인 축구 대표팀, 생업 접고 첫메달 향해 구슬땀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의 해. 각종 특집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들도 올림픽에 출전하건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열심히 뛴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매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공을 찬다. 이들이 차는 축구공에는 ‘찰찰’ 소리를 내는 쇠구슬이 담겨 있다. 눈은 안 보이지만 발에 눈이 달린 것 같다. 9월 6일 개막하는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시각축구 대표팀 얘기다.

“얼마 전까지 뛰는 소리만 들어도 어느 선수인지 알았는데 요즘은 조금 헷갈려요. 선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거죠.”

대표팀 이옥형(42) 감독도 앞을 보지 못한다.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장애인 올림픽에 시각 종목은 꽤 있지만 시각장애인 지도자는 처음이다.

“대한장애인축구협회에서도 제가 감독을 맡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선수 경험이 있어야 더 잘 지도할 수 있다고 설득했죠.”

일반 축구장 5분의 1 정도 크기의 전용 구장에서 열리는 이 종목은 모두 5명이 뛴다.

골키퍼는 비장애인이 맡고 나머지 선수들은 안대와 스펀지로 만든 머리 보호대를 착용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컵대회에서 출전권을 땄다. 본선에는 한국, 브라질, 스페인, 영국, 중국, 아르헨티나 6개국이 올랐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저변 인구와 지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본선에 나간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훈련 수당으로 하루 3만 원을 받는다. 대부분 안마사 자격을 갖고 있어 요즘 수입은 생업에 종사할 때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감독과 선수들은 ‘파란’을 꿈꾼다. 시각축구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따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선수 김정훈(32) 씨는 “우리는 간절한 관심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 한국은 13개 종목에 선수 79명이 출전한다. 금 13, 은 6, 동메달 7개로 종합 14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시각축구가 메달을 보탠다면 순위가 더 오를 수도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지현(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 김덕환(미국 워싱턴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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