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일본 마라톤이 부러운 까닭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15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제51회 삿포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는 엘리트선수 300여 명이 참가해 299명(남자 245명, 여자 54명)이 완주했다.

이 중 남녀 각 20여 명의 외국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실업과 대학팀 선수들이었다.

일본엔 남자 50여 개, 여자 40여 개의 실업팀이 있다. 각 팀에 10명 이상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실업 선수만 약 1000명에 이른다. 이 선수들은 매년 자국에서 열리는 수십 개의 세계마라톤도로경주협회(AIMS) 공인 국제대회와 지역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쌓고 있다.

일본 내 마라톤대회는 대부분 공중파로 생중계된다. 일본을 자주 찾는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5시간이나 하는 역전경주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할 정도로 일본에서 마라톤은 인기다”라고 말했다. 삿포로하프마라톤도 삿포로TV를 통해 전국 28개 지국에 생중계됐다.

이렇다 보니 마라톤은 일본 기업들의 주요 홍보수단이다. 대회가 많은 데다 언론의 관심사이니 기업들이 너도나도 팀을 만들었다.

이런 탄탄한 배경이 일본을 마라톤 강국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남자의 경우 2시간6분16초(다카오카 도시나리)의 아시아기록을 포함해 2시간6분대 선수가 10여 명이나 된다.

여자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다카하시 나오코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노구치 미즈키가 우승했다. 노구치는 2005년 2시간19분12초의 아시아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국내 최고인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남녀를 통틀어 50명도 안 되는 국내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 중 풀코스를 완주하는 선수는 30명 안팎. 지방자치단체 팀을 제외하면 실업팀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코오롱, 대우자동차판매 등 세 팀이 전부다. 국제대회는 서울국제마라톤을 포함해 4개, 국내대회를 포함해도 10개밖에 안 된다.

남자 한국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 여자 한국기록은 1997년 권은주가 세운 2시간26분12초. 일본 마라톤은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삿포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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