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 자객’ 낙뢰 당신 티샷을 노린다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 골프장 안전사고 대비 어떻게

동반자 티샷때 티그라운드 앞쪽은 꼭 피해야

악천후 속 낙뢰 골프채 멀리하고 실내로 대피

카트사고 증가 과속 - 운전 부주의 조심해야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동부의 김승기 코치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동부그룹 계열의 충북 음성군 A골프장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하다 선수들이 짓궂게 던진 골프공에 머리를 맞았다. 피가 꽤 흘러 내려 서둘러 근처 병원에서 몇 바늘 꿰매야 했다.

골프 입문을 계획하고 있던 김 코치는 “클럽을 잡기도 전에 조심해서 잘 쳐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배웠다”고 말했다.

골프장 주요 안전사고 사례

▽타구에 맞는 사고(목숨까지도 위험)

▽전동카트 사고(탑승자 낙상, 충돌,

추락, 음주 운전 등)

▽낙뢰 사고(치명적)

▽워터해저드 실족, 익사

▽골프 클럽에 맞는 사고 빈발

이처럼 골프장 안전사고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그 예방을 위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즐겁게 필드에 나섰다 다치기라도 해 병원신세를 져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골프장에서 이런저런 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10여 건에 이른다고 하니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신설 골프장은 대개 인접 홀 사이에 타구를 막아줄 수 있는 나무가 적어 옆의 홀에서 친 공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심한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 옆의 홀 페어웨이까지 가서 공을 치는 경우에는 급한 마음에 전후좌우를 덜 살피게 되는데 위험천만이다.

클럽 헤드가 공을 칠 때 전해지는 힘은 2t에 이르며 프로 선수들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250km를 넘나든다고 하니 잘못 휘두르면 흉기가 될 수 있다.

개그맨 서경석은 “예전에 잘 치는 동반자가 1번홀에서 티샷을 하다 뒤땅을 심하게 쳐서 드라이버가 부러져 버렸다. 하필 앞에서 지켜보던 나에게 그 헤드가 날아와 하마터면 구급차에 실려 갈 뻔했다”고 밝혔다.

동반자가 티샷을 할 때는 절대로 티그라운드 앞쪽에 있지 않아야 한다.

연습 스윙은 지정된 구역이나 주위에 다른 동반자가 없는지 반드시 살피고 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천둥 번개가 잦아지면서 낙뢰 사고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충북의 D골프장은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낙뢰에 따른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해 ‘번개 골프장’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골프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낙뢰로 사망하거나 한 중년 여성이 금목걸이에 벼락을 맞아 숨진 사례도 있다.

이처럼 낙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악천후 속에서도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골프장 측의 욕심과 ‘목숨보다 골프가 더 소중하다’는 듯 라운드를 강행하는 주말골퍼의 무모함이 합작한 결과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규정집을 통해 ‘플레이어가 낙뢰의 위험을 인지할 경우 계속 플레이를 허용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 반면 지난달 한 국내 여자프로대회에서는 천둥 번개 속에서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아 해당 선수들이 두려움 속에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기도 했다.

천둥 번개가 예고되면 당장 라운드를 중단하고 가까운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로 대피하는 게 상책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피뢰침 역할을 할 수 있는 골프채는 멀리 떨어뜨려야 하며 벼락이 떨어지기 쉬운 키 큰 나무 밑보다는 낮은 곳으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트 사고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플레이어가 직접 카트를 몰아야 하는 해외 골프 투어가 폭증하면서 낯선 코스에서 과속이나 운전 부주의에 따른 추락사고, 다른 카트와의 충돌 사고, 인사사고 등 그 사례도 많다.

미국 예방의학 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1990년 5772건이던 카트 사고 발생건수가 2006년에는 1만3411건으로 132% 증가했다고 한다.

‘설마 내가’라는 부주의보다는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경각심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자.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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