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위, 감정-정신적으로 아직 어려” 티칭코치들 한목소리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코멘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너무 높게 날아오르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추락하고 만다.

‘골프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날린 미셸 위(18).

요즘 그를 보면 이카루스의 얘기가 떠오른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핑크빛 희망 속에 수천만 달러의 계약에 성공하며 ‘고공비행’을 하다 최근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꽃망울을 채 터뜨리기도 전에 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아직 어린 만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나온다.

○끝 모를 슬럼프

8월 들어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3개 대회에서 모두 예선 탈락하며 좀처럼 굳은 표정이 풀어질 줄 몰랐다.

올 하반기 스탠퍼드대에 입학하는 미셸 위는 이번 시즌 미국LPGA투어 7개 대회에서 컷오프 3회, 기권 2회에 최고 성적은 지난달 에비앙마스터스 때의 공동 69위였다. 시즌 상금은 고작 9899 달러.

8개 대회에서 6차례 ‘톱10’에 들었던 지난해 성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고의 기권과 부상 의혹 등에 시달리며 필드 안팎에서 구설에 올랐으며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선배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골프다이제스트는 최신 9월호에서 ‘차세대 슈퍼 영웅으로 추앙받던 미셸 위가 잊고 싶은 한 해를 보낸다’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그의 부상은 형편없는 플레이의 단골 핑계이자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아픈 손목 관절에 힘을 되살리기 위해 계속 출전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적다고. 미셸 위와 같은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는 공만 잘 친다”고 의아하게 여겼다. 이 잡지에는 나이키와의 계약 때문에 출전 횟수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으나 나이키 측은 선수 보호가 우선인데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미셸 위의 코치였던 개리 길크라이스트는 ‘스윙 변화’를 지적했다. “회전이 크고 템포가 뛰어나며 거의 동일한 속도였던 그의 스윙이 몸의 회전이 부족하고 팔이 더 빨리 움직이고 클럽을 너무 안쪽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를 지도한 데이비드 리드베터는 “남자 투어에 나갔을 때 너무 열심히 하려다가 조화를 잃었다”고 말했다.

미셸 위 부모의 지나친 간섭도 ‘도마’에 올랐다. 재미교포 골퍼로 활약했던 펄 신은 “미셸 위의 성공에는 부모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역효과’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골프매거진 9월호는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이나 잭 니클로스의 아버지 찰리처럼 사랑과 원칙을 강조하며 지혜롭게 키워야 자식이 잘된다’고 보도했다.

○탈출구는 없는가

밀랍이 아닌 어떤 어려움에도 맞설 수 있는 견고한 ‘날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렌스탐을 비롯해 주요 선수들을 가르친 피아 닐슨은 “미셸 위의 체격과 기술은 뛰어나지만 정신력이나 감정, 사회성 등은 너무 어리다.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재미와 동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과거는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앞으로 한두 달은 자신의 골프에서 긍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형중 이화여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미셸 위는 너무 일찍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흔들렸고 성공보다는 패배에 익숙해져 버렸다. 시간을 갖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독한 스포츠

골프, 테니스 같은 개인 종목에는 신동으로 불리다 성인무대에서도 정상에 선 경우가 있는 반면 주니어 시절 천재였다 잊혀진 존재가 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동료들과 함께 뛰는 단체 종목과 달리 어려서부터 혼자 고독한 승부를 펼치다 보니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에 무너져서다.

프로 제한 연령인 17세 때 미국LPGA투어 커미셔너의 특별 허가까지 받아 2003년 프로에 뛰어든 송아리. 그는 미국 주니어 대회에서 15승이나 올린 화려한 경력과 달리 프로에서는 우승이 없으며 올 시즌에는 상금 82위에 처져 있다.

김성윤(KTF)은 1999년 한국아마추어 우승에 이어 US아마추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렸고 스폰서 계약을 둘러싼 잡음에 부상까지 겹치며 주위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졌다가 올 시즌 힘겹게 국내 프로 1부 투어에 복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