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은 장비만 5kg “한경기 2kg 빠져요”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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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야구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눈 깜짝할 새에 들어오는 공에 ‘스트라이크’나 ‘볼’의 이름을 달아 준다. 삼진이나 아슬아슬한 아웃이 됐을 때는 역동적인 동작을 선보인다. ‘야구장의 판관(判官)’ 심판 얘기다. 심판은 야구장의 아웃사이더이자 성공적인 경기 운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사이더다. 어느 팀에도 속하지 않지만 빠르고 정확한 결정으로 야구장의 감초 역할을 한다.》

○연장전은 괴로워

12일 SK와 삼성의 문학경기. 4시간 14분 동안 진행됐지만 12회까지 1-1 무승부. 두 팀에서 모두 11명의 투수가 나왔고 372개의 공이 포수 미트를 향했다.

이런 날은 심판도 선수 못지않게 고생을 한다. 4시간 넘게 서 있으면서 공 하나하나의 판정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

구심은 얼굴에 철제 마스크, 몸통과 다리에 보호대를 착용한다. 야구공 7개가 들어가는 볼 주머니까지 허리춤에 찬다. 장비의 무게만 4∼5kg.

100kg이 넘는 거구의 김풍기 심판은 “무더운 여름에 한 경기가 끝나면 살이 2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시즌 끝나도 구단 연습장 돌며 감각 익혀

프로야구 심판은 48명. 26세 초년병부터 52세 최고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전부 선수 출신이다.

김호인 심판위원장은 실업팀 한국화장품을 거쳐 1982년 프로 원년 삼미에서 뛰었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 전국을 돌며 심판 생활을 했죠. 야구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죠.”

심판은 5명이 조를 이뤄 야구장에 선다. 구심 1명과 누심 3명이 기본. 체력 소모가 많은 구심을 본 사람은 다음 날 쉴 수 있도록 1명을 더 둔다.

이들에게 휴식시간은 12월과 1월뿐이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도 각 구단의 전지훈련과 연습경기장을 돌며 실전 감각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정년 57세… 팀장급은 연봉 8000만 원

심판 지망생을 위한 심판학교는 매년 11월 한 달 동안 서울고에서 열린다. 심판의 기본 자세와 규칙, 순간적인 판단력 등을 배운다. 해마다 200명 가까이 지원하지만 최종 합격자는 1, 2명에 불과하다. 합격해도 프로야구 2군 경기에서 한동안 실력을 쌓아야 1군에 올라갈 수 있다.

심판은 연봉계약직이며 정년은 57세. 신입 연봉은 2000만 원 남짓이지만 1군 심판이 되면 3000만 원, 10년이 넘은 팀장급은 7000만∼8000만 원 수준이다.

○판정 동작도 개성시대

타자가 삼진으로 아웃되거나 홈에서 아슬아슬하게 아웃됐을 때 구심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기본 동작은 마운드 정면을 향해 오른팔을 아래로 내리는 것. 아웃된 타자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몸을 비틀며 손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거나 1루 쪽을 향해 오른팔을 쭉 뻗기도 한다. 심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동작들이다.

○한 번 실수로 평생 낙인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은 좌우로 공 한 개 정도 줄었고 무릎 바로 아래까지 길어졌다. 이에 따라 심판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의 경계가 애매한 상황이 문제. 심판은 해당 팀의 반발과 관중에게서 심한 욕설을 듣곤 한다. 타자나 투수는 한 번 실수를 해도 다음 경기에서 잘하면 만회가 되지만 심판은 한 번의 실수가 낙인처럼 따라다닌다.

김호인 위원장은 “심판도 인간이라 100% 완벽한 판정을 할 순 없다. 최대한 공정하게 판정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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