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때 공차기 여든까지”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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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축구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사회성을 길러 주는 유아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레이번스 유아축구클럽
어려서부터 축구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사회성을 길러 주는 유아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레이번스 유아축구클럽
키가 1m를 겨우 넘은 대여섯 살 꼬마들이 올망졸망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

자기 발에 스스로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우리 팀인지 상대인지 구분도 잘 못하고 공을 찬다. 드리블을 하다 잘 안 되면 갑자기 공을 들고 뛰는 녀석도 있다. 하지만 꼬마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마냥 깔깔거리며 즐거워한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나타난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기 부족이었다. 홍명보 대표팀 코치도 “개인기는 초중학교에서 대부분 만들어진다”며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몇 살부터 축구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유아축구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축구발전운동본부 최유진 회장은 “세 살부터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무수히 ‘발로 차’를 해 왔다고.

세 살 아이들도 공만 주면 스스로 깨치면서 축구를 즐긴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유아축구를 위해 ‘울타리 축구장’을 만들었다. 안전한 인조잔디를 깔고 플라스틱으로 된 사각형 통으로 울타리처럼 축구장을 둘러싸게 돼 있다. 규모는 25×15m. 농구장 정도의 넓이다. 배구공 크기의 부드러운 공을 사용한다. 잔디 골대 울타리 등을 통틀어 비용은 2000만 원 정도로 학교와 지역마다 설치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유아들이 축구를 하고 싶어도 할 장소가 없어서 간편하고 안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울타리 축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손민성(45) 씨는 11년째 유아축구클럽을 이끌고 있는 유아축구 전문가. 경북 구미에서 초중학생 축구클럽을 이끌던 그는 2002년부터 매년 브라질로 날아가 ‘지도자 교육’을 받고 현지 클럽 등을 탐방했다.

손 씨는 브라질에서 ‘한국 어린이들의 체력이나 체격이 브라질에 뒤처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아 때부터 개인기와 창의력을 길러 온 브라질 아이들에게 한국 어린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아주 어려서부터 축구공과 자연스럽게 함께 놀며 자라는 문화 속에서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나오는 것을 깨달은 손 씨는 브라질에서 코치를 영입해 와 경기 용인시 포곡면에 ‘레이번스 유아축구클럽’을 열었다.

손 씨는 유아들이 축구를 통해 운동뿐만 아니라 인내와 끈기, 팀워크를 배우고 사회성을 배운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초조해하는 부모들에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부모의 욕심과 달리 차범근 박지성 이영표처럼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극소수예요. 다른 대부분의 아이는 축구가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해야 하므로 어려서부터 축구에 다걸기하는 것은 위험하죠.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축구를 같이 해야 해요.”

아들 강병수(6) 군을 올해 3월부터 축구클럽에 보내고 있는 아버지 강현구(40) 씨는 “같이 놀아줄 시간이 부족해 소심했던 아이가 축구를 시작한 뒤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훨씬 밝아졌다”고 만족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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