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아프리카 식 ‘슬로 슬로 퀵’에 고전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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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을용이 4일 가나와의 평가전 후반 6분 왼발로 강슛을 날리고 있다. 에든버러=연합뉴스
한국의 이을용이 4일 가나와의 평가전 후반 6분 왼발로 강슛을 날리고 있다. 에든버러=연합뉴스
값진 예방주사였다. ‘토고 적응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완패했지만 부족한 점은 채우고 잘한 점은 살리면 된다.

역시 가나는 ‘아프리카의 브라질’다웠다. 개인기가 빼어났다.

아프리카 축구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다. 몸 움직임이 유럽이나 아시아 선수들과는 다르다. 몸속임 동작도 마찬가지. 분명 크로스 상황인데도 그냥 개인기로 뚫고 들어가는가 하면, 슛할 상황에서 패스를 하고, 패스를 해야 할 때 느닷없이 슛을 날린다. 까다롭고 변칙적이다. 게다가 스피드까지 좋다.

○슛할 듯 패스… 느닷없이 슛… 변칙 스타일

전반 16분 한국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3명의 수비 틈새를 헤치고 슛까지 날린 마이클 에시엔은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은 그 이후 2, 3분 동안 두 번이나 연거푸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내줬다. 역시 가나의 개인기에 한순간 제침을 당한 것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결코 떨어뜨리면 안 된다. 바짝 붙어 활동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박지성은 몸이 무거웠다. 게다가 상대 견제도 심했다. 그 대신 이을용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송종국도 오랜만에 ‘자신의 장기’를 보여줬다. 넓은 시야로 한 번에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박지성-이을용-이호로 이어지는 한국의 허리는 노르웨이전보다는 훨씬 안정적이었지만 패스미스가 잦았다.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가나는 아프리카 특유의 ‘슬로 슬로 퀵’식의 리듬으로 한국 수비진을 홀렸다. 2, 3번에 걸친 패스로 순식간에 한국 페널티 지역 안까지 와서 슛을 날려댔다. 후반에도 가나의 개인기는 빛났다. 한국 수비의 틈새를 순식간에 뚫었다.

○토고전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토고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늦게 발동이 걸린다는 뜻)’다. 예선 총 20골 중 전반에 터진 골(7)이 후반(13)의 절반도 안 된다. 더욱이 전반 30분 이전에 터진 골은 3골에 불과하다. 하지만 후반 30분 이후는 8골이나 된다. 그만큼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거꾸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큰일 난다. 가나도 후반으로 갈수록 거세게 한국을 몰아붙였다. 한국은 앙골라(1-0 승·3월 1일)∼세네갈(1-1 무승부·5월 23일)∼가나(6월 4일)로 이어지는 ‘토고전 모의고사’를 마쳤다. 박지성-이을용이 허리를 맡았을 땐 잘 풀렸고(앙골라전) 없을 땐 답답했다(세네갈전). 그러나 한 차원 높은 가나에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세네갈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6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가나전에서는 전반 38분에 골을 먼저 내준 뒤 후반 6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렇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돌고래 같은 탄력을 조심했어야 했다. 2,3번째 골을 허용한 것도 문전에서 상대 장신 선수를 놓친 게 결정타였다.

○고무공 같은 탄력 조심…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프리카는 ‘들꽃 축구’를 한다. 한국도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그중에서도 ‘민들레 축구’다. 질기고 끈적끈적하다. 비록 평가전이었지만 한국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가나전에서 무슨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아프리카 선수들의 ‘긴 다리’와 고무공 같은 ‘탄력’이 아무래도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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