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엘리트 스포츠]<下>쇼트트랙 이외 종목은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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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스키 점프의 ‘희망’ 강칠구.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스키 점프의 ‘희망’ 강칠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규혁(27·춘천시청)을 여전히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이라고 부른다.

그는 요즘 태릉선수촌에서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13세이던 서울 신사중 1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대표 경력이 올해로 14년째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출전 당시 이 종목에서 대회 전체 선수 중 최연소였던 그는 이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서 가장 연장자다.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앞두고 각각 세계신기록을 세워 빙속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그의 최고 성적은 솔트레이크 대회 때 달성한 500m 5위.

한국은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에 남자 7명, 여자 5명 등 모두 1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여자 중엔 눈에 띄는 ‘기대주’가 있다. 올해 세계선수권 500m에서 동메달을 딴 이상화(16·휘경여고 2년).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스피드스케이팅을 메달 유망 종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규혁의 ‘장기 집권’은 국내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만큼 치고 올라오는 새로운 선수들이 없다는 얘기다.

김현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피드 경기이사는 “스피드 선수 중에 잘하는 선수들은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많이 바꾼다.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쇼트트랙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메달 유망 종목으로 분류되지 않으니 대한체육회의 지원도 적고 덩달아 악순환이 계속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그래도 훈련할 장소라도 있으니 나은 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하고 세계 수준에 가장 근접했다는 스키 점프조차 이번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4명이 무주리조트의 세라믹 판 위에 물을 흘리는 점프대에서 훈련 중이다. 최돈국 대표팀 코치는 “전국체육대회에는 없는 종목이라 선수 육성이 안 된다”며 “국내 선수 통틀어 대표 선수 4명에 상비군 2명, 초등학생인 꿈나무 5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5명을 출전시키는 알파인스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대한체육회의 지원은 3주 동안 이루어지는 해외 전지훈련이 전부다.

박재혁 대표팀 코치는 “유럽이나 북미 선수들은 거의 1년 내내 눈 위에서 훈련하는데 고작 4개월 정도 설상훈련을 하는 우리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좀 더 획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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