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한국 트라이애슬론, 체격보다 못한 정신력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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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은 신체조건은 뛰어난데 정신력이 약해요. 이 점만 고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어느 종목이건 스포츠 선진국들과 비교해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지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해 오지 않았던가?

‘폭탄 발언’의 주인공은 3월부터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한국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체코 출신 얀 레훌라(32) 감독. 그는 6일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고 통영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직접 출전해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한국대표팀을 맡은 뒤 두 번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연맹이 내건 선수 10억 원, 코치 5억 원의 포상금 규모. 연봉 4000만 원에 계약한 레훌라 감독으로서는 금메달리스트를 조련해내면 12년치 이상의 연봉을 한꺼번에 손에 넣게 된다.

두 번째로 그가 놀란 것은 엄청난 ‘당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의욕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레훌라 감독은 한국선수들을 지도한 지난 3개월 새 벌써 2명의 기대주가 운동을 그만뒀다고 아쉬워했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려는 강한 정신력이 없으니 쉽게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꿈나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문제는 정신력 부족 문제가 비단 트라이애슬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여러 종목 현장 지도자들로부터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걱정하는 소리를 들어 왔다. 이젠 ‘당근’만으로 성적을 올리는 시절은 지난 게 분명하다.

한국 선수들이 ‘역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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