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한국 女양궁 ‘접근금지’

  • 입력 2004년 8월 21일 0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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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6연패, 단체전 5연패.

올림픽에서 양궁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4년(단체전은 1988년부터 도입)부터 한국 여자양궁은 11개의 금메달을 모조리 휩쓸었다.

스포츠 단일종목에서 이처럼 한 국가가 2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1978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를 10연패하고 국제대회 150연승을 기록한 쿠바의 야구가 비교될 만한 케이스.

오죽하면 18일 한국이 여자개인전 금, 은메달을 휩쓴 뒤 외신들이 ‘한국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활을 쏴야 학교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오보를 냈을까.

외국 선수와 언론은 왜 한국 양궁은 천하무적인지 궁금해 한다. 왜 강할까.

우선 두꺼운 선수층이다. 대한양궁협회의 등록선수는 1500여명. 이들은 초중고교를 거쳐 실업팀 선수가 돼도 하루 6∼8시간의 훈련을 꾸준히 소화한다.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소화하고 1년에 30개 가까운 국내외 대회를 치르며 실전감각을 익힌다.

최근 중국 이탈리아 미국 등이 큰 대회를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지만 질과 양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양궁은 또 한국이 물심양면으로 육성하는 정책종목이라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대표팀에 들어가기만 하면 국제대회 연금, 포상금 등으로 생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러니 치열하게 활을 쏠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선발전이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면 왜 여자에 비해 남자는 상대적으로 약할까. 남자는 올림픽 단체전에서만 2개의 금메달(1988년, 2000년)을 따냈을 뿐 개인전에선 1개의 금메달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16강전과 8강전에서 모조리 탈락했다.

오선택 전 대표팀 감독(현 한국토지공사)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여자에 비해 외국 남자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됐다는 점. 각국에 에이스 한명씩은 있어 기량차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세대교체 실패. 여자의 경우 올림픽 개인전에서 단 한번도 2연패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국내 선수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번 남자팀의 경우 임동현(충북체고)을 제외하고 장용호(예천군청)는 1995년, 박경모(인천 계양구청)는 1993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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