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정봉수는 떠났어도 ‘정봉수’는 살아있다

  • 입력 2003년 3월 17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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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봉수 감독(왼쪽)이 1999년 4월 권은주 이봉주 김이용(왼쪽 두번째부터) 을 이끌고 런던마라톤과 로테르담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하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 정봉수 감독(왼쪽)이 1999년 4월 권은주 이봉주 김이용(왼쪽 두번째부터) 을 이끌고 런던마라톤과 로테르담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하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

‘한국마라톤의 대부’로 불렸던 고 정봉수 코오롱감독. 그가 한국마라톤에 뿌린 씨앗이 하나 둘 싹을 틔우고 있다.

16일 열린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3초로 준우승한 지영준(22)은 정봉수 감독이 마지막으로 발굴한 재목. ‘큰 선수’가 될 거라며 만사 제쳐두고 뽑았고 고인의 말대로 지영준은 한국 마라톤을 이끌 샛별로 떠올랐다. 지영준의 성장은 2001년 7월 만성 신부전증과 당뇨에 의한 합병증으로 별세한 정봉수 감독의 자취가 아직도 한국마라톤계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 마라톤을 이끌고 있는 주요 실업팀 사령탑들은 모두 정봉수 감독의 ‘수제자들’이다. 코오롱의 정하준 감독은 99년부터 고인이 체계적으로 지도자 수업을 시켰다. 삼성전자의 오인환 남자팀 감독, 임상규 여자팀 감독도 모두 고인으로부터 마라톤 비방을 전수받은 후계자들. 이들은 모두 정봉수 감독의 지도방식에 따라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하준 감독은 “지영준을 지도한 방식도 모두 정봉수 감독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 분이 만들어놓은 지도 지침이 아직도 한국마라톤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규 감독도 “각종 과학적 지도방식과 심리학 등을 이용해 철저하게 선수를 관리하는 법을 고인에게서 배웠다”고 거들었다.

정봉수 감독은 87년 코오롱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김이용 권은주 등을 발굴해 한국 마라톤의 꽃을 피운 주인공. 그는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굴의 정신력이다’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며 각 선수에게 맞는 훈련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절대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폈었다.

정봉수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1년8개월. 그러나 ‘대부’는 아직도 한국 마라톤에 살아 숨쉰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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