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샛별들 "이젠 내 세상"…시세-호나우디뉴-발라크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2분


프랑스의 시세
프랑스의 시세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때 초반 슬럼프를 겪던 브라질팀의 페올라 감독이 소련과의 경기를 앞두고 약관 18세 소년 ‘에드손 아란테스 도 나시멘투’를 엔트리 멤버 중 하나로 발표하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이 무명 소년에게 공격을 의존해야 하는 브라질의 처지에 동정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소년은 이 대회에서 얻은 별명 ‘펠레(진주)’가 훗날 본명으로 굳어진 축구 황제였다. 브라질 국내에서 ‘마술을 일궈내는 소년’으로 평가받던 명성이 월드컵을 통해 비로소 세계의 공인을 받게된 것. 이처럼 월드컵은 국지적 스타를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시키는 마술의 무대다.

98프랑스월드컵이 배출한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처럼 이번 대회도 샛별 탄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 후보에는 누가 있을까.

우승 후보 프랑스의 지브릴 시세(21·옥세르)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올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22골을 뽑아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골게터로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총알탄 사나이다. 그의 무기는 득점력뿐만 아니다. 한국과의 평가전과 안양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보였듯 번개같은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후 올리는 정확한 센터링은 상대 수비라인을 일거에 함락하는 비수나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신성 호나우디뉴 가우슈(22·파리 생제르맹)도 빼놓을 수 없다. 99년 코파아메리카(남미선수권) 베네수엘라전에서 절묘한 논스톱 슛으로 단숨에 축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아 ‘작은 호나우두’란 애칭을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슈퍼스타 호나우두, 히바우두와 함께 브라질 공격 삼각편대의 일원으로 당당히 합류한다. 그의 현란한 드리블과 감각적인 볼터치는 브라질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공 폭격기’로 불리는 미하엘 발라크(26·바이엘 레버쿠젠)는 프란츠 베켄바워가 독일 축구의 미래라고 격찬할 정도다. 마테우스 은퇴 이후 독일 세대교체 선두주자로 컴퓨터 같은 위치 선정으로 좌우 센터링을 정확히 상대 골네트에 꽂아 넣는다.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헤딩 2골로 팀의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맞서는 세네갈의 엘 하지 디우프(21·랑스)는 카메룬의 파트리크 음보마(32·파르마)와 함께 아프리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힌다. ‘연쇄 킬러’라는 별명에 걸맞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8골을 터뜨렸다. 아프리카축구 특유의 순간 폭발력과 유연성은 물론 냉철한 판단력까지 갖춰 주어진 골찬스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독일의 발라크(왼쪽), 브라질의 호나우디뉴 ▶

한국의 안정환(26·부산 아이콘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유럽 빅리그 정착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후반 조커로 투입될 그는 상대 수비라인을 휘젓는 현란한 드리블과 돌파로 ‘골문에 가까울수록 위력을 발휘한다’는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의 판단에 따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이번 월드컵 무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이탈리아 페루자 후보 신세를 털어내고 진정한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

9일 잉글랜드 대표팀에 전격 발탁된 조 콜(21·웨스트햄)은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비밀 병기’로 꼽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단숨에 허무는 날카로운 패스가 그의 전매 특허다.

이 밖에 파라과이의 장신 스트라이커 로케 산타크루스(21·바이에른 뮌헨), 스페인의 ‘스프레데터(약탈자)’ 디에고 트리스탄(26·데포르티보), 97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득점왕(7골) 출신인 남아공의 베니 매카시(25·FC포르투), 폴란드의 귀화 1호 흑인선수 에마누엘 올리사데베(24·파나시나이코스) 등이 최고의 샛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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