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논스톱슛]전투기등 동원 테러방지 만반 준비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45분


1974년 6월13일 서독월드컵 개막전 브라질-유고의 경기가 벌어진 프랑크푸르트 발트경기장은 군 요새를 방불케 했다.

베레모를 눌러쓴 특공대원들이 기관총으로 무장한채 경기장 구석구석에서 눈을 번뜩이며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 뿐아니라 셰퍼드를 동원한 경찰들이 관중석 사이를 끊임없이 누비고 무전기를 든 특수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관중들은 경기장에 들어가기까지 총 여섯단계의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서독월드컵의 경계가 유별났던 이유는 2년전 발생한 테러 사건의 여파 때문이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들을 ‘검은 9월단’이라는 게릴라가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것. 이런 상황이니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은 수차례의 몸수색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74년 월드컵은 큰 사고 없이 성공리에 끝났다.

2002한일월드컵을 개최하게 된 한국과 일본도 테러 방지를 통한 안전대책에 최대한의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9월11일 미국에서 희대의 테러사건이 발생한데다 최근 중동지역을 비롯해 여러곳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전세계의 눈이 쏠리는 월드컵무대야말로 테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오래전부터 관계기관과의 협조하에 안전대책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경찰청과 관련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여러차례의 모의 훈련을 통해 훌리건(축구장 난동꾼)을 비롯한 테러분자들을 막아낼 수 있는 조직을 갖춰 놓았고 10개 월드컵경기장에는 비행기 등을 이용한 공중 테러에 대비해 사거리 600m에서 5.3㎞에 이르는 대공미사일망이 설치됐으며 경기를 앞두고는 전투기를 동원해 경기장 상공을 지킬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사일이나 전투기 보다 더 중요한게 바로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안전의식이다. 한국-잉글랜드의 평가전이 열린 21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월드컵의 최종 리허설의 하나로 거행된 이날 경기에서 4만2256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경기장 입장을 앞두고 몇 시간전부터 실시된 지루한 몸수색 등에 잘 협조했고 질서정연한 관전태도로 경기를 완벽하게 치러내는데 큰 몫을 해냈다.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지닌 이런 축구팬들이 있기에 2002월드컵의 성공개최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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