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전설은 계속된다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52분


《2002시즌 메이저리그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김병현이 속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드라마틱한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탄생시킨 메이저리그는 4월2일 올시즌 개막전을 갖고 7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는 새로 팀을 옮기며 시험대에 오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 월드시리즈의 악몽을 극복하고 마무리 입지를 굳히려는 김병현의 활약여부가 특히 국내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관전포인트와 박찬호의 20승 가능성, 한국인 마이너리그 선수의 전망 등을 알아본다.》

찬호 20승 “꿈이 아니야”

국내 팬에게 있어 올 메이저리그 최대 화두는 누가 뭐래도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의 첫 20승 달성 여부다.

20승은 에이스의 수준을 뛰어넘은 초특급 투수의 징표. 30개 팀이 162경기를 치르는 미국프로야구에서도 20승 투수는 한 시즌 기껏해야 7∼8명에 불과할 정도다.

올해 박찬호의 20승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야구전문지 베이스볼 위클리는 박찬호가 올해 자신의 시즌 최다승인 19승에 평균자책 3.88을 기록, 마이크 무시나(20승·뉴욕 양키스)에 이어 다승 공동 2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우선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의 타선 지원을 받게 된다. 텍사스는 대표적인 ‘타고투저’의 팀. 기존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라파엘 팔메이로-이반 로드리게스에 올해는 거포 후안 곤살레스와 칼 에버렛을 영입해 사상 최강의 방망이 군단으로 거듭났다.

불펜이 강화된 것도 든든하다. 기존의 제프 짐머만에 160㎞대의 왼손 강속구를 자랑하는 존 로커가 더블 마무리로 가세했고 토드 반 포플이란 특급 중간계투를 보유하게 됐다.

반면 처음 겪는 지명타자 제도와 ‘투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댈러스의 알링턴파크 정도가 20승 달성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찬호는 최근 5년간 평균 15승에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퀄리티 피칭을 한 꾸준함만 잃지 않는다면 입단 9년만에 첫 20승과 사이영상까지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내달 2일 시즌 개막전 매덕스 등 신기록 관심

▽기록, 기록들〓올해로 127년째를 맞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울 주인공은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거포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 매덕스는 88년부터 지난해까지 14시즌 연속 15승 이상을 거뒀다. 올해도 15승을 따내면 전설적인 투수 사이영이 보유한 15시즌 연속 15승(1891∼1905)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98년부터 50홈런 이상을 때려낸 소사는 사상 첫 5년연속 5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4차례 한시즌 5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소사를 포함,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베이브 루스(뉴욕 양키스) 등 3명뿐.

▽지켜볼 선수〓김병현은 국내외에서 주목하는 선수. 지난해 월드시리즈 5,6차전에서 9회 2사후 똑같은 동점 2점홈런을 얻어맞은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사실 그는 ‘잠수함’ 투수치곤 홈런허용률이 그리 높지 않은 편. 지난해 98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홈런수는 10개에 불과했다. 그래도 가슴속에 응어리진 공포감이 언제 고개를 치켜들지 모르는 일이다.

지난해 타율 0.350(692타수 242안타)에 56도루로 타격왕과 도루왕에 오르며 아메리칸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석권한 이치로가 ‘2년차 징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궁금하다.

애리조나의 ‘황금듀오’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의 피칭을 하루걸러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 올해 38세가 된 배리 본즈가 지난해처럼 ‘신들린 방망이’를 휘둘지, 제이슨 지암비를 영입한 뉴욕 양키스가 다시 정상탈환을 할 지도 관심거리다.

▽돌아온 영웅들〓2001시즌은 유난히 스타 부상자가 많았던 한 해. 행크 아론의 개인통산 최다홈런기록(755개)을 깰 유일한 선수로 평가받는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는 허벅지 부상 등으로 51경기에 결장했다. 보스턴 투타의 핵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각각 어깨와 손목부상으로 시즌중반 그라운드에서 사라졌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거포 프랭크 토마스와 LA다저스의 케빈 브라운도 시름시름 앓아 실망시켰다. 이들 부상자들이 모두 컴백하는 올해는 제대로 된 야구시즌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마이너리그에선 누가…최희섭김선우 빅리그1순위

과연 누가 박찬호 김병현에 이어 세 번째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될까.

올시즌 한국인 마이너리그 유망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최희섭(시카고 컵스)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미국 프로야구에서 타자로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재목.

비록 마이너리그 트리플 A로 내려가긴 했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429의 놀라운 활약으로 컵스 돈 베일러감독으로부터 “당장 메이저리그에 내놔도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포지션인 1루에 프레드 맥그리프라는 걸출한 타자가 있는 게 부담이지만 그의 계약이 끝나는 내년시즌엔 확실히 빅리그로 승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라도 맥그리프가 부상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미 빅리그 경험을 갖고 있는 ‘서니’ 김선우(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해처럼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번갈아 오르내릴 전망이다. 150㎞의 빠른 공을 갖고 있지만 변화구가 다양하지 못하고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게 흠.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어깨부상에서 돌아온 보스턴은 선발진이 두터워 당장 올시즌 선발 한자리를 차지하긴 힘든 형편이다. 팔꿈치 수술 후유증에서 벗어난 서재응은 지난해 더블 A와 트리플 A를 거치며 재기에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올 시범경기 초반 3경기 연속 무실점하는 등 인상적인 피칭으로 보비 발렌타인감독의 신임을 받아 올시즌 어떤 형식으로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97년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 출신인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구단에서 ‘제2의 톰 글래빈’으로 키우는 투수. 지난해 싱글 A 머틀비치 펠리칸스에서 13승9패 평균자책 3.00으로 기반을 확실히 다졌고 올 시범경기에서도 1승 평균자책 2.57로 뛰어난 자질을 입증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는 좌타자에 빠른 발, 강한 어깨와 뛰어난 타격감각을 자랑하는 ‘이치로 스타일’로 구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보스턴과의 재계약에 실패하고 오클랜드 산하 새크라멘토 리버캣츠(트리플 A)와 연봉 4만5000달러에 사인한 ‘방랑자’ 이상훈이 빅리그 재진입을 이룰 지도 관심사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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