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구단 서울도착 의미]남북관계 개선 청신호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북한 농구대표단의 서울방문에는 남북한간 체육교류행사 이상의 의미부여가 가능할 것 같다.

이번 북한측의 서울 방문은 91년 5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 평가전 이후 8년7개월만에 이뤄진 남한 내 체육교류행사. 최근 잇따라 평양에서 개최된 대중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열리는 이번 농구경기는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자 기대다.

통일부 황하수(黃河守)교류협력국장은 22일 “북한농구단의 방한은 방북 일변도의 남북교류가 쌍방교류 형식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을 향하던 ‘짝사랑’ 형태의 남북교류가 ‘쌍방접근’이라는 정상적인 관계로 변화하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북한측 단장인 아태평화위원회 송호경부위원장의 방문은 92년 7월 김달현당시 부총리의 한국산업시찰 이후 북한 고위관리로서는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이번 통일농구대회 자체만을 볼 때 정부입장이 편치만은 않다. 북한측이 이번 서울방문을 남북관계 개선 차원이 아니라 ‘민간 체육행사’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어 정부로서 이 행사의 자리매김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이 이날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주최의 만찬 참석여부를 끝까지 저울질하다 결국 참석키로 한 것도 정부의 이같은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대목. 정부는 만찬을 통한 남북 당국자간의 자연스러운 접촉이라는 점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민간 체육행사’를 강조하는 북측의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태도를 우려했다.

또 송부위원장이 한국의 차관보급인 외무성 부부장이라는 점에서 상대편과의 ‘격(格)’을 맞추는 문제도 제기됐다. 즉 오랜만에 남한을 방문한 북한측 인사를 대하는 정부의 대응태도에 쏠릴 국민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행사를 일단 민간급 체육행사로 규정하면서 남북한의 신뢰를 쌓는 초석으로 활용한다는 선에서 방침을 세운 것 같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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