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돈으로 쌓는 '스포츠 제국'…스타들 싹쓸이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올 연말 국내 스포츠계 최대 화두는 ‘삼성 패권주의’.

‘판이 깨진다’는 우려에서부터 ‘이상적인 방향’이라는 칭찬까지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최고가 아니면 안한다〓올 일본프로축구 득점왕에 오른 황선홍은 당초 스승인 이회택감독의 전남 드래곤즈로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최종선택은 ‘연봉 2억5000만원+α’를 제시한 수원 삼성. ‘돈공세’앞에 ‘의리나 옛정’은 뒷전이었다.

또 삼성은 서정원이 프랑스로 진출하기전 안양 LG가 이적료의 절반을 넘겨주며 ‘친정팀 복귀’를 약속받은 상태에서 집요한 스카우트공세를 펼쳐 그를 잡아왔다.

프로야구 삼성. 지난해 임창용 김기태 김현욱 김상진 진갑용 등 타팀 주전을 약 30억원에 영입한데 이어 올해는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투수 이강철과 포수 김동수 등을 초특급 대우로 끌어모았다.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독식’후유증은 크다. LG와 현대가 슈퍼리그 등을 보이콧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올 초 드래프트가 백지화되자 삼성은 곧바로 장병철 최태웅 석진욱 명중재 등 대학배구 상위랭커 4명을 싹쓸이했다.

프로농구에서도 시도는 꾸준하다. 98년 팀이 2년연속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우승제조기’ 최희암 연세대감독에게 사상 최고 대우를 제시했다. ‘샐러리캡 규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형선수 트레이드를 활발히 추진중.

▽뿌린만큼 거둔다〓삼성 프로축구단은 올시즌 전 대회를 석권했다. 막강 자금력으로 구성한 ‘1군같은 2군’이 승리의 원동력.

삼성배구단은 슈퍼리그를 3연패한데다 올해 대학 졸업생까지 싹쓸이해 향후 5년간은 당할 팀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

프로야구단도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홈런왕’ 이승엽을 앞세워 최고인기구단으로 거듭났고 농구단 역시 중상위권에 올라있다.

▽쓰는게 남는 것〓삼성이 국내 스포츠 패권장악에 나선 이유를 ‘삼성 제일주의’라는 기업문화에서만 찾는 것은 이제 순진한 발상.

삼성은 올해 전자부문 호황으로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당연히 추징 세액도 엄청날 것이다. 반면 스포츠단의 경우 운영비에 제한이 없고 세금 추징액도 미미하다. 어차피 없어질 돈, 스포츠구단에 투자하면 세금절감, 기업홍보 등 여러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으니까….

▽평가는 엇갈려〓한쪽은 “삼성이 끼어든 판치고 분란이 없는 곳이 없다”며 강한 톤으로 비판. 동종업계 전체 이익보다는 자사 이익에 집착해 ‘판을 깬다’는 우려다. 배구 슈퍼리그 무산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그러나 또다른 한쪽은 “시장경제하에서 프로구단은 돈을 써야하고 쓴만큼 성적을 거두는 것이 정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수신 라이온즈대표의 한마디▼

▽삼성 라이온즈 전수신 대표〓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의 황선홍 스카우트나 프로야구의 김동수 이강철 영입은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여건만 된다면 기량이 검증된 훌륭한 선수들을 확보하고 싶은 욕심은 어느 스포츠단이라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국제통화기금(IMF)상황’에서 축소경영을 하는 기업도 있지만 어떤 기업은 오히려 찬스로 보고 투자를 확대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스포츠단도 하나의 기업이다. 시설투자가 있고 인적투자 부분도 있다. 스타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보면 된다. 일부에선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주어진 여건하에서 ‘합법적으로’ 선수를 확보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남과 똑같이 해야된다는 논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맞지 않는다.

〈배극인·전 창·김상수·주성원기자〉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