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잎 찬바람에 떠는 팀들]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스산한 날씨, 낙엽지는 계절. 한때 국내 스포츠계를 ‘호령’하며 영화를 누렸던 내로라하는 각 종목 유명팀들이 ‘추풍낙엽’이 될 처지에서 흔들리고 있다.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일까, 아니면 기사회생할 것인가. 존속과 해체의 갈림길에 선 이들 팀의 앞날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프로축구 부산대우▼

83년 프로축구 원년 멤버로 84,87,91시즌 우승과 97시즌 전관왕을 이루며 국내 그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부산 대우.

얼마전 모기업인 ㈜대우의 워크아웃에다 최근 구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우중회장의 사퇴로 이제 ‘존폐 판정’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타 계열사로의 이전’과 ‘제삼자 매각’, ‘완전 독립’ 등의 갈림길에 서 있는 구단은 현 소속사에의 존속이 아니면 기업환경이 낙관적인 대우자동차로의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이전의 경우 홍보 및 마케팅 차원에서 큰 몫을 할 수있기 때문에 쉽게 해체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제삼자 매각도 외면할 수없는 변수. 부산 경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시민구단 창단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재원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최근 일부 유럽 기업이 매입의사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 여부는 역시 미지수.

여기에 안종복단장 등 구단 관계자들은 최근 일본을 왕래하며 유니폼 광고 스폰서를 확보하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확실한 후원사가 나타나면 대우로 부터의 완전 독립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

어쨌든 부산을 근거지로 하는 팀에 대한 지역정서로 보나 축구단의 홍보 및 마케팅 역할을 보나 채권단에 의해 일방적인 ‘희생물’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중론이다.

〈이재권기자〉kwon22@donga.com

▼프로야구 쌍방울▼

폭풍전야의 고요함인가. 올겨울 쌍방울 매각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시기와 조건이 문제일 뿐 시즌중까지는 어떻게든 꾸려나갈 의지를 보였던 이의철 쌍방울구단주의 매각의사는 이제 확고하다.

유은수 쌍방울단장은 “인수희망 기업이 당장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고 내년초쯤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돌발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전북 연고지 고수를 외쳐온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힘껏 뛰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주가 포함된 미국인 투자그룹은 7월 유지사를 통해 박용오 KBO총재에게 쌍방울 인수의사를 전달한 뒤 구체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이들은 전북 연고지를 그대로 두며 매입대금으로 150억원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O는 8월 이사회에서 야구규약 7조의 ‘한국국적을 갖지 않은 자의 지주총계는 야구단 자본총액의 49%를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해 사전 정지작업을 마쳤다.

한편 쌍방울은 선수단의 10월 월급조차 일주일 늦게 지급했을 정도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쌍방울측은 유지사와 달리 연고지에 대한 집착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O는 프로야구붐의 조성과 쌍방울의 원활한 매각을 돕기 위해 도시연고제를 바탕으로 한 쌍방울의 연고지 이전을 추진중에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마라톤 코오롱▼

한국마라톤의 산실 ‘정봉수사단’은 끝내 해체 되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가. 코오롱측은 2일 “이봉주 권은주 등 지난달 사표를 내고 나간 선수 8명 전원에 대해 지난달 31일자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코오롱의 이활룡상무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직 팀을 해체한 것은 아니며 정봉수감독이 다시 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이들이 다시 돌아오겠다 해도 일단 사표가 수리돼 복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감독은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면 언제든 받아들이겠다. 회사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도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감독은 ‘다시 한번’의 의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된 셈.

한편 일부 육상관계자들은 “코오롱은 이미 내부적으로 해체수순을 밟고 있으며 공식발표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입단키로 돼 있는 지영준(충남체고)과 김옥빈(이리여고)의 진로문제에 대해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코오롱 마라톤후원회에 접수된 후원금 반환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87년 출범한 코오롱은 김완기의 사상 첫 2시간10분벽 돌파, 황영조의 바르셀로나올림픽 제패, 이봉주의 애틀랜타올림픽 준우승 및 2시간7분대 진입, 권은주의 여자부 2시간30분벽 돌파 등 한국체육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채 12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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