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올림픽 마라톤 '남金북金' 일내봐?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시드니올림픽 남녀 마라톤 한민족 우승.’

꿈일까. 그러나 그런 꿈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사이에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더구나 그것은 ‘남자 한국우승, 여자 북한 우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것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그 근거는 충분하다. 한국엔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가 있고 여자는 이번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우승한 정성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한국의 김이용 권은주, 북한의 김중원 김창옥 홍옥단도 만만치 않다. 이들 중 누군가가 큰일을 낼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껏 마라톤은 한국이 주도해 왔다.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2(손기정 황영조), 은 1(이봉주), 동 1(남승룡)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93년 김재룡이 2시간17분13초로 4위, 95년 이봉주 22위, 99년 형재영 21위. 반면 북한은 문경애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6위를 차지한 정도. 그러나 이번 정성옥의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베일에 싸였던 북한 마라톤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북한 여자마라톤은 한국보다 층이 두텁다. 남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김중원이 2시간16분30초로 3위, 여자부문에서 김창옥이 2시간34분55초로 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김창옥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2시간29분26초로 10위를 했다. 북한엔 정성옥의 기량과 비슷한 선수가 5명가량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시간26분12초의 권은주가 있는 정도. 권은주는 정성옥의 기록보다 47초 빠르다. 하지만 정의 기록이 섭씨 30도가 넘는 ‘사우나 레이스’에서 이뤄 진 것을 감안하면 그 저력이 놀랍다. 더구나 정성옥은 이번 대회에서 자기 최고기록 2시간29분54초를 무려 3분 가량 단축했다.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은 케냐의 테글라 로루페가 세운 2시간20분47초. 이같은 남북한의 마라톤 강세에 죽을 맛인 것은 이웃 일본. 선수층, 과학적 훈련프로그램 등 그 어느 면에서도 일본은 남북한에 월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결정적 순간에 남북한의 벽에 막혀 금메달을 놓쳤다.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 몬주익언덕에서 황영조에게 모리시타가 뒤처지더니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선 하야타가 또 황영조에게 물을 먹었다. 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도 마나이가 이봉주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그래도 일본은 여자마라톤에서만은 밀리지 않는다고 은근히 자부해 왔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북한 정성옥에게 결승선 400m를 앞두고 이치하시 아리가 또 밀렸다.

오죽했으면 일본 학자들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한동안 난리를 피웠을까. 그러나 결론은 ‘정신력 부족’. 일본 여자 최고기록은 나오코 다카하시의 2시간21분47초.

일본은 이번 여자마라톤 경기시간을 일본의 낮시간(4시5분)에 맞춰 현지시간으로 아침 9시5분에 출발하도록 막대한 중계료를 줘가면서까지 조정하도록 했다.

이치하시는 경기후 “정성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어떤 작전으로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며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애써 달랬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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