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스 관전법]굉음…「바퀴달린 쇼트트랙」 경기

  • 입력 1998년 3월 20일 07시 53분


‘자동차 경주(?). 그거 제일 빨리 달리면 일등하는 거 아닙니까.’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던 김형수씨(34)는 지난해 11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경주가 열리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경주차들이 쌩쌩 달리는 것만 실컷 구경했을 뿐 화끈한 재미를 체험하지 못했다.

그토록 재미있는 야구경기도 규칙과 관전법을 모르면 말짱 ‘꽝’. 자동차경주도 야구와 똑같은 원칙이 통한다. 알고 보면 재미를 백배는 더 느낄 수 있는 것.

자동차경주에 대한 오해 하나. ‘자동차 성능이 뛰어나면 무조건 일등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선수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자면 선수실력이 6대4 정도로 앞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구나 같은 등급에 참여하는 경주차들은 엄격한 규격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

‘처음에 일등한 차가 결국 끝까지 일등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해다.

자동차경주는 이른바 ‘바퀴달린 쇼트트랙경기’라고 할 수 있다. 팀플레이를 통해 경쟁선수를 견제, 블로킹하기도 하며 쇼트트랙의 김동성과 전이경 선수의 멋진 발뻗기도 종종 일어난다.

2.2㎞ 트랙을 25내지 30바퀴 도는 국내 최고등급인 투어링카A부문을 예로 들어보자. 한바퀴를 도는데 가장 빠른 선수가 보통 1분16초. 실력이 처지는 선수는 이보다 10초가량 늦다. 결국 선두가 7바퀴를 지나 8바퀴째에 접어들면 꼴찌와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가 자동차 경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등은 하위권을 빨리 추월해야만 2,3위의 추격을 피할 수 있다. 2,3위도 사정은 마찬가지. 하지만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선두그룹에 속해있는 같은 팀 선수들을 위해 하위그룹 선수들이 경쟁선수들에게 추월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한도내에서 블로킹을 한다. 추월시도와 블로킹의 싸움인 팀플레이가 자동차경주의 묘미인 셈이다.

또 앞설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앞차 뒷범퍼에 거의 차앞머리를 붙이고 달리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심리전과 실리전의 병행. 쫓기는 입장은 항상 불안하다. 계속 밀어 붙여 앞차가 단한번이라도 실수하면 당연히 뒤차의 우승. 또 뒤에 바짝 붙어있으면 공기저항은 모두 앞차의 몫. 힘을 비축해두었다가 결승선 통과 때 쇼트트랙에서 김동성선수가 ‘발뻗기’하듯 마지막 스퍼트를 하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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