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국빈급 환대받은 김동연, 성과도 ‘더블더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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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오스틴 총독·이비 수상과 회담…의회도 방문
이비 수상, 대규모 산불에도 김 지사와 약속 지켜
2008년 자매결연 후 청년·기후 위기 교류 확대
총독 관저 초대, 해군 의장대 사열 등 국빈급 대우
한국전쟁 참전용사 만나 손 잡으며 감사의 뜻 전해


“서로에 대한 의지도 더블, 협력도 더블로 해 나간다면 경기도와 BC는 우리만의 더블더블을 만들어 나가며 더 달콤한 성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BC)의 데이비드 이비(David Eby) 수상을 만나 “경기도와 BC가 앞으로 더 큰 동반관계를 가꾸어 나가리라 믿는다”라며 건넨 말이다. ‘더블더블’은 캐나다의 유명한 커피 이름인데, 김 지사가 이를 빗대 표현한 것이다.


김 지사는 국제 교류 협력 강화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이달 6~18일 11박 13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 지역을 방문 중이다. 이 일정 중 1박 2일을 빼 전날 저녁 BC를 빅토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경기도지사가 BC를 방문한 것은 2008년, 두 지역이 자매결연은 맺은 뒤 두번 째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5월 이비 수상의 경기도를 찾은 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1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지역 간 실무 협약인 ‘실행계획’에 ‘기후 위기 대응’을 추가로 넣었을 정도로 두 사람 모두 기후·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날은 지난해 체결한 ‘실행계획의 차질 없는 실천’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전날 포트 넬슨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3000여 명이 대피하면서 자칫 불발될 수도 있었다. 이비 수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환영 행사가 시작되고 약 10분 뒤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극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이비 수상은 “늦은 이유가 바로 기후변화로 인한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경기도와의 기후변화, 기술 분야 동반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기시켜주는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날 이비 수상에게 “워킹홀리데이 정원이 연 4000명에서 1만 2000명으로 3배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경기도 청년인턴 같은 청년 지원사업과 워킹홀리데이와 연계해서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학 교류 위원회(UMAP·University Mobility in Asia and Pacific)의 경기도 대학 참여, 경기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협력 등도 건의하고 실무단 구성도 함께 제안했다.

이비 수상은 “한국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좋은 파트너”라며 “두 지역이 협력할 기회가 앞으로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BC 주의회를 방문한 김 지사는 방명록에 “BC의 저물지 않는 찬란함을 이미 맛보았던 제가, 이번 방문을 통해 번영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어 기쁩니다(Having savored BC‘s splendour without diminishment before, I’m delighted to cement bonds promoting mutual prosperity through this visit.)”라고 적었다.

김 지사는 미국 미시간대 유학 당시 개인적인 일정으로 BC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의사당에 34년 만에 왔다. 그때는 밖에서만 구경했는데 이렇게 안에 들어와 수상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남다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의회 방문에 앞서 김 지사는 의회 광장에 있는 전쟁 기념비에 헌화했다. 군악대의 트럼펫 연주에 맞춰 2분간 묵념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고향이 경기 파주시 파평면인 이종동 할아버지(88)와 6명의 캐나다 출신 참전용사가 함께 했다. 이 할아버지는 개성사범학교에 다니던 16살에 군번도 없이 학도병으로 연천 전투와 백마고지 전투 등에 참전했다.

1972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와 토론토에서 직장 생활을 한 뒤 은퇴 후 BC에 정착해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다.


며칠 전 이비 수상이 직접 연락을 해 와 가족 행사도 빠지고 김 지사를 포함한 경기도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헌화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내 고향 도지사가 잊지 않고 찾아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지사도 이 할아버지와 참석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선물을 증정했다.


김 지사는 오전에 재넷 오스틴(Janet Austin) BC 총독을 만나 두 지역의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C 총독은 영국 국왕이 임명하는 상징적 지위로, BC에서 영국 국왕을 대신한다. BC 의전 서열로는 찰스 3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오스틴 총독은 “BC는 한국과 캐나다 관계에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는 지역”이라며 “인적교류와 우정이 두 지역 간의 협력에도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지사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 쓴 소설 ‘오만과 편견’의 한 대목을 인용해 “우리의 말과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했다. 오스틴 총독은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이다.


이날 김 지사는 총독과 수상으로부터 이례적으로 국빈급에 준하는 예우로 환대를 받았다.

오스틴 총독은 영국 왕실에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총독 관저(Government House)에 김 지사를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 김치와 함께 불고기 같은 퓨전 한식을 메뉴로 내놨다.

왕립 캐나다 해군(Royale Canadian Navy) 의장대 사열과 의회 앞 기념비 헌화, 원주민 환영 의식 등도 최상의 예우로 대했다.


BC는 캐나다 서부 태평양 연안에 있으며 주도는 빅토리아다. 남쪽으로는 미국 워싱턴 주, 북서쪽으로는 알래스카 주와 맞닿아 있다. 인구 540만 명, 면적은 94만 4735㎢로 대한민국(10만 413㎢)의 약 9.5배 정도 크기다. 현재까지 캐나다 자치주 중에 경기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유일한 지역이다.

경기도는 2008년 자매결연 후 그동안 IT산업을 포함한 재난 안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육, 노동 등에서 교류해왔다. 올해 3월에는 경기도 교통국과 BC 교통·인프라부가 교통협력의향서(SOC)를 체결하는 등 교류를 확대했다.

이달 16일이 BC와 경기도가 자매결연을 맺은지 16년이 되는 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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