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평택 상수원 갈등, 45년 만에 풀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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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합의
평택호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공장 6개 조성
경기도 “2030년 가동 목표로 지원”

‘상수원 규제 완화’와 ‘평택호 수질 보전’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오던 경기 용인시와 평택시 간의 갈등이 45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1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용인시와 평택시는 대체 취수원 마련을 전제로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지역에 포함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 부지 일부도 규제 지역에서 풀린다.

● 규제 완화 vs 수질 개선

두 지역의 갈등은 1973년 아산만 방조제 건설로 평택호가 조성되고, 1979년 평택시 송탄취수장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취수원 상류 보호를 위해 상류 지역과 인접한 용인시 62k㎡ 일대까지 규제에 묶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용인시 면적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공장 신축을 포함한 공장 설립 승인이 제한되고 주택의 증개축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개발이 가능한 일부 지역도 취수원 관리권자인 평택시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상류 지역 개발을 원하는 용인시는 줄곧 이 지역의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평택호 상류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평택시는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경기도가 평택호 수질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상생협력추진단, 민관정 정책협의체까지 만드는 등 두 지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엉킨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선규제 완화, 후수질 개선’을 주장하는 용인시, ‘선수질 개선, 후규제 완화’를 논하자는 평택시의 의견은 그렇게 45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렸다.

● 국가산단 조성 ‘가속도’

정부가 지난해 3월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 발표한 경기 용인시 이동읍 전경. 경기도·용인시 제공
정부가 지난해 3월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 발표한 경기 용인시 이동읍 전경. 경기도·용인시 제공
그러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원 728만 ㎡를 국가산단 후보지로 정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산단 부지 일부가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되면서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반도체 제조공장 6개를 조성하고,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협력업체 150개가 입주한다.

경기도는 정부 발표 직후 곧바로 반도체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첫 회의에 참석해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이후 5차례 회의를 열어 ‘상수원 규제 완화’와 ‘평택호 수질 보전’ 문제를 둘러싼 두 지역의 갈등을 봉합했다.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취수장 폐쇄로 우려되는 평택 지역의 생활용수 부족 문제는 고덕산업단지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용수를 평택시로 돌리고, 부족한 고덕산단의 용수는 평택시와 삼성전자가 해수 담수화를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평택호를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하고 수질자동측정소 2곳도 설치한다. 산업 방류수를 처리하는 방류구는 산단 계획에 평택시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상수원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가산단 조성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2030년 말 공장 가동을 목표로 행정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용인#평택#상수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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