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병원 15곳 거부 50대 응급환자, 5시간 뺑뺑이 끝 울산병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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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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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파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산 병원 10여곳에서 수용 거부를 받은 50대 혈관질환 환자가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6시13분쯤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50대 남성 A씨가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6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A씨에게 응급처치를 한 후 A씨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부산 대학병원 4곳을 포함해 총 10여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병원마다 의료진 부재, 진료불가를 이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차례 시도 끝에 부산 수영구 한 종합병원에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A씨는 40여분 만인 오전 6시 59분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대동맥박리’ 진단을 내렸으며,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대동맥 박리 수술 사망률은 3~20%로 보고되는 위험도가 매우 높은 수술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당시 이 병원에서는 같은 증상(대동맥박리)으로 수술받는 환자가 있어 A씨를 맡을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이에 응급실 관계자는 부산·경남지역 대학병원 3곳에 전원 요청을 했지만 의료진의 퇴사로 수술할 의사가 없다거나 마취과의사의 스케줄이 꽉 찼다는 이유로 전원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울산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A씨는 오전 9시 15분쯤 수술을 받기 위해 또다시 구급차에 올랐다. 당시까지만 해도 A씨는 의식이 있고, 혈압도 정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58km 떨어진 울산 병원으로 출발한 A씨는 119 신고 후 4시간 여만인 오전 11시쯤에야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끝내 사망했다.

유족 측의 피해사례 신고를 접수한 보건복지부와 부산시는 지난 9일 해당 병원들을 대상으로 의무기록 확보를 요청한 뒤 시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보건소 관계자 총 5명으로 구성된 현장출동반을 가동해 현장 점검을 마쳤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병원에 따르면 대동맥박리 같은 흉부외과 수술의 경우 전공의 사태 전부터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아 종종 창원, 대구로 이송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며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이다 보니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병원에 확인한 결과 당시 병원마다 전원 등이 불가한 사정이 있었다”며 “현장조사 결과는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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