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테러한 남고생, CCTV 보자 자백 “음란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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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9일 0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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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DB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DB
경남 사천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을 넣어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같은 사건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JTBC ‘사건반장’에는 계약직 여교사 A 씨가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사천의 한 고교에서 남학생 40명이 머무는 기숙사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던 중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남학생 B 군이 A 씨의 텀블러에 자신의 체액을 넣었다. A 씨는 지난 20일 이 같은 피해 내용을 국민신문고에 올렸으며 최근 B 군을 경찰에 고소했다.

A 씨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물을 마시려고 텀블러를 들었는데 입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누군가 뚜껑을 열었다 닫은 걸 알아채고 열어봤는데 손 소독제 같은 게 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함께 있는 공간이기에 A 씨는 ‘누군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판단으로 당시 기숙사에 있던 상담 교사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학교 복도 CCTV를 통해 확인한 장면에는 자율학습 중이던 B 군이 A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A 씨의 텀블러를 갖고 세탁실과 정수기 쪽으로 갖고 갔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자신의 모습이 찍힌 증거에 B 군은 “자습실에서 음란물을 보다가 순간 책상에 있던 여교사의 텀블러를 보고 성적 충동이 들었다”며 “그래서 체액을 넣었는데 다시 씻으려고 세탁실 내부의 세면대로 갔다”고 자백했다.

사건 직후 A 씨는 “애초 마음 한구석에 교사라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가해 학생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한 고소나 퇴학 등 처분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학교 측은 학생에게 ‘특별 성교육’ 등의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그럼에도 A 씨가 B 군을 고소하게 된 배경에는 A 씨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B 군과 그 부모에게서는 사과 한 마디가 없었으며 학교 측은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A 씨는 “학교 측도 ‘얌전하고 착한 학생’이라며 학생을 감싸면서 2차 가해를 해 고소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했던 건 학교와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였지만 가해자와 그 부모에게 직접적인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학교는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 소극적인 태도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사건 당시 A 씨와 B 군의 분리 조치가 이뤄졌고, A 씨가 학생에 대한 선처를 원해 자체 징계 등의 조치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사건 직후 A 씨는 나흘간 병가를 썼고, B 군은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근신과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받고 2주간 등교하지 못했다.

한편, A 씨는 지난 2월 말 해당 학교와 계약이 종료됐으며, 해당 사건은 A 씨 주거지인 경기도 인근 경찰서에 접수된 상태다.

다만 이번 사건은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가 될 전망이다. 현행 성폭력 처벌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불법촬영 관련 조항을 제외하면 비신체적(비접촉) 성범죄를 형사 처벌할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즉 관련 법 규정이 없다 보니 주로 타인의 물건을 손상시킨 혐의(재물손괴죄)로 다뤄진다. 이에 ‘체액 테러’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여성동료 텀블러에 수차례 자신의 체액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법원이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가해자에게 ‘강제추행’ 등 성범죄 조항이 아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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