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中 유출’ 前 삼성 연구원 구속영장 기각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6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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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사실 다투고 있어 방어권 보장 필요”
반도체 기술 공정도 700여개 유출 혐의
경찰, 18·16나노 공정도 등 압수해 제출

경찰이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반도체 기술을 중국 업체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 삼성전자 연구원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혐의를 받는 오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범행에 대하여 사실적, 법리적 측면에서 다투고 있고,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며 “피의자가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다. 수사기관의 수사 및 소환에 성실히 응해왔으며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된 점 등을 감안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1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오씨는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기술 유출의 대가로 얼마를 받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오씨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공정도 700여개를 중국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오씨가 700여개의 반도체 제작 과정이 담긴 기술 공정도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9월말 경찰이 오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정도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해당 공정도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18나노 D램의 기술도 중국에 유출된 정황을 포착해 최씨와 오씨가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오씨로부터 18나노급 D램 관련 공정 설계 자료 일부를 압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드명 ‘파스칼’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20나노급 D램의 상위 기술로, 경찰이 입수한 청두오가전의 20나노급 반도체 완제품엔 18나노급 생산 기술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오씨로부터 16나노급 D램에 대한 개발 계획이 담긴 서류도 확보해 함께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만 오씨는 ”자료를 유출한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해 기술도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다른 엔지니어들도 함께 작성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두가오전은 삼성전자 임원,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씨가 지난 2021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거액을 투자받고 설립한 업체로, 오씨는 해당 업체의 핵심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씨는 최씨가 기술 유출을 지시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청두가오전이 기술 유출을 목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임직원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컨설팅 업체 3곳과 헤드헌팅 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는데 해당 업체들을 통해 국내 반도체 업체 임직원 200여명이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회사의 자료를 빼간 것으로 의심되는 임직원 상당수가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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