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처벌은 끝 아닌 시작…치료·교화로 사람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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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6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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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의 저자인 안형준 변호사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법무법인 지혁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5/뉴스1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의 저자인 안형준 변호사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법무법인 지혁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5/뉴스1
마약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한 한 해였다. 마약 사범을 엄벌해야 한다는 요구도 그만큼 높다. 그러나 안준형 법무법인 지혁 변호사는 “마약 범죄 자체보다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세이코리아)’를 낸 안 변호사를 서울 강남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안 변호사는 범죄를 악으로만 취급하면 사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체된다고 말했다.

-마약의 정의를 내려달라.

“어떤 물질을 마약으로 볼지는 사회가 결정한다. 필로폰 같은 강력한 마약도 있지만 위험하지 않은 물질도 있다. 상대적이고 포괄적이다”

-최근 수임하는 사건 중 마약 사건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절반 정도가 마약 사건이고 나머지 절반이 가사·민사·일반형사 사건이다.”

-책에 변호사는 의뢰인의 ‘뒤처리’를 해주는 직업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마약 전문 변호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빡센’ 뒤처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의 가족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재범을 막고 마약을 끊어내는 과정까지 신경 쓰다 보니 뒤처리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언론이나 정부는 마약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마약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마약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중독된 사람, 끊고 싶어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자가 마약 하는 사람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봤으면 싶었다.”

-마약 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마약을 범죄로만 보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이른다. 그러나 사람에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시선으로 마약을 보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지금도 투약자들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마약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마약 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치료와 교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씨도 투약자를 돕는 사회단체가 부족하다고 증언했다. 단약을 원하는 투약자를 열린 사회 분위기와 적극적 치료로 도울 시점이다. 치료를 통해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과 정부, 그리고 제 책을 읽는 독자가 마약 사건을 그런 시각으로 보고 논의하면 좋겠다.”

-재활 프로그램 개선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법무부 마약사범 재활팀이 지난 6월 출범했다.

“마약 사범을 검거, 기소, 처벌, 수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마약 재활에 투자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 방식과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마약 사범이 많다고 얘기하지만 이들을 치료하고 받아줄 공간이 없다. 중독자 대부분은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으로 간다. 정신 질환이 없는데도 거기서 치료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의 리햅(Rehabilitaion·마약중독치료센터)만큼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마약 사건 변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명문대를 나와 모두가 부러워할 직장을 얻고도 필로폰에 빠진 의뢰인이 있었다. 휴직 후 각고의 노력으로 1년간 단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 달 후 유서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약을 끊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그것이 죽을 만큼 힘든 과정이란 것을 아무도 몰랐다. 단약이 그만큼 어렵다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마약 사건은 합의나 공탁이 불가능하다. 유리한 양형 사유를 찾기 어렵다는데.

“먼저 재판부에 싹싹 빌고 선처를 구한다. 이 사람이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양형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단약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무리하게 수집된 증거가 있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수사 협조다. 의뢰인을 통해 다른 마약 사범을 잡거나 제보해 수사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감형받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변호한 의뢰인이 다시 마약에 손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필로폰은 끊고 싶어도 못 끊어 재범하고 다시 구속되는 일이 많다. 그러면 나도 허탈해진다. 그러나 곧바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므로 무력감에 빠질 시간이 없다.”

-마약 전문 변호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마약법 중 섬세하지 못한 조항을 개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

가령 마약법을 보면 필로폰에 벌금 조항이 있어도 대마초에는 벌금 조항이 없다. 따라서 필로폰 구매자는 벌금형으로 선처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 약한 대마초 구매자는 실형을 살아야 한다. 현실을 고려해 알맞게 개정해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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