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서울지역 의대 합격선 최대 5점 하락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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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2005년이후 세번째로 어려워”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 날인 17일 경기 하남시 하남고에서 가채점을 마친 수험생들이 대학 정시모집 자료집을 보며 지원할 학교를 고민하고 있다. 하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 날인 17일 경기 하남시 하남고에서 가채점을 마친 수험생들이 대학 정시모집 자료집을 보며 지원할 학교를 고민하고 있다. 하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예전에는 폭탄(킬러 문항)이 몇 개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총알(중간 난도 문항)을 계속 난사하는 문제 구성이었다.”

킬러 문항(교육과정 밖의 문제) 없이 출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한 입시업체의 분석이다. 상당수 수험생도 “킬러 문항이 없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올해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종로학원은 수능 가채점 결과 서울대 의예과는 지난해 294점(국어, 수학, 탐구 2과목 300점 만점 기준)에서 2점 하락한 292점, 고려대 의대는 292점에서 288점, 연세대 의예과는 293점에서 290점 등 서울 지역 의대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최대 5점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대학들의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는 전년보다 최대 8점, 경영대는 4점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수능이 국어, 수학, 영어 영역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어는 입시업체들의 가채점 분석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이 146∼148점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최대 14점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05학년도 이후 국어 영역 표준점수가 가장 높아 ‘용암 수능’으로 불렸던 2019학년도(150점), 현재의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149점)에 이어 세 번째로 어려웠던 셈이다. 시험이 어려워 응시자 평균이 낮을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진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채점 분석 결과 정답률 30%대 문제가 과거 4, 5개에서 올해는 2개 정도인 반면에 40%대와 50%대인 문제가 늘었다”며 “예전에는 정말 어려운 문제 몇 개로 변별했는데 올해는 중간 난도 문제가 계속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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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
수험생 86% “수능 어려웠다” 응답
영어 1등급 비율 7.8%→5%대 전망
일각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 갖춰”
수험생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이번 수능을 어렵다고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EBS에 따르면 수험생에게 수능의 전체적인 체감 난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2764명) 중 47.4%가 ‘매우 어려웠다’고 답했다. 38.5%는 ‘약간 어려웠다’고 했다. 총 85.9%가 ‘올해 수능은 어렵다’고 한 것이다. 국어 영역에 대한 체감 난도는 더욱 높았다. 설문조사에서 국어 영역을 ‘매우 어려웠다’고 답한 응답자는 64.5%, ‘약간 어려웠다’는 23.2%였다.



● 수학은 킬러 문항 출제 논란

수학 영역은 ‘주관식 22번이 킬러 문항 아니냐’란 지적이 나왔다. 22번은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하는 문제다. 학원 강사들조차 “전체 수학 시험 시간의 4분의 1을 썼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계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수험생이 대다수다. 일부 수험생은 “22번은 명백히 킬러 문항”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처음 지시했을 때 교육부는 킬러 문항 예시로 문제 해결 과정이 복잡한 문제를 든 바 있다.

이에 대해 EBS는 “다수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결합하지 않았고 조건을 만족하는 그래프만 유추하면 복잡한 계산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도 “수학Ⅱ 성취 기준에 부합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지난해 7.8%였던 1등급 비율이 5%대 중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입시기관의 예측이다. 영어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래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건 2019학년도 5.3%였다.

● 주요 대학 합격선 일제히 하락

이에 정시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문계열보다는 자연계열 합격선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탐구영역 중에서는 과학탐구가 사회탐구보다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사탐은 지난해 ‘동아시아사’만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었지만 올해는 ‘생활과윤리’ ‘윤리와사상’ ‘한국지리’ ‘세계사’가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의대 합격선은 서울권은 지난해 288∼294점→올해 283∼292점, 수도권 286∼289점→283∼285점, 지방권 275∼292점→273∼286점으로 떨어진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280점→272점,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271점→264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272점→265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269점→261점 등 서울 자연계열은 최대 8점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영학과는 서울대가 288점→284점, 고려대와 연세대 281점→277점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난도가 높아서 실제 표준점수 합격점수는 지난해보다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시에서는 보통 N수생이 강세인 만큼 재학생은 우선 수시 대학별고사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자연계열은 정시 경쟁이 특히 치열하겠지만 내년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기대 심리로, 소신 혹은 상향 지원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시간 경쟁률과 과거 정시 추가 합격 정도 등을 고려한 ‘눈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 “킬러 없는 물수능보다 나아” 긍정 평가도

불수능 논란과 달리, 일각에서는 “킬러 문항 없이 물수능이 되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수능이 너무 쉬워졌다면 최상위권의 변별력뿐만 아니라 한 문제 실수로 등급이 갈려 수험생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능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건 N수생 지원자가 많은 상황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면서 변별력을 줘야 했던 평가원의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영어 영역도 지문이 과거보다 짧고 쉬워졌는데, 끝까지 읽고 정확히 이해해서 추론해야 하는 문제였다”며 “학원에서 ‘어떤 키워드 나오면 이렇게 풀면 된다’는 식의 스킬을 배운 수험생은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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