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병상 과잉 지역, 내년부터 병원 신·증설 제한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8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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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 브리핑
수도권 등 병상 과잉지역 신·증설 제한돼
300병상 이상 신·증설 복지부 승인 받아야

정부가 수도권·대도시에 과도하게 집중된 병상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다. 내년부터 지역 인구 수 등 병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지역은 병상을 더 늘리지 못하게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을 신설 또는 증설할 때에도 100병상 이상은 각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승인을, 300병상 이상 늘리려 할 경우 보건복지부(복지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고 OECD 평균(4.3개)의 2.9배 수준이다. 일반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복지부는 현 추세가 지속되면 4년 뒤인 2027년에는 약 10만5000병상이 과잉 공급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도 여러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에 병상이 크게 늘어날 경우 지방의 의료인력이 수도권에 쏠리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의료기관 8만8163개 중 절반에 달하는 49.8%인 4만3914개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에 복지부는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병상관리 기준을 이번 기본시책에 담았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70개 중진료권을 2027년 병상 공급량과 인구추계 등 병상수급 추계 결과에 따라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공급 제한 및 조정 지역으로 지정되면 병상 신·증설이 제한된다. 공급 제한 지역은 점진적으로 병상 수 축소를 유도한다. 공급 조정지역은 기능 전환 등을 추진한다. 반면 인구 수와 유출입지수 등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수요량 범위 내에서 병상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병상 수급을 조정하는 역할은 의료계·이용자 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병상관리위원회가 담당한다. 각 시·도의 병상수급 현황을 상시 점검해 병상 허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 통계를 산출한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에는 사전 심의 절차가 도입된다. 복지부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병상을 신·증설할 때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 및 승인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을 설치할 때에는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개설허가를 신청할 때 의료인력 수급 계획 제출이 의무화된다. 복지부 장관이 승인 절차에서 함께 심의하도록 하며, 가동 병상을 확대하거나 병상을 증설할 때에도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의료법상 명시된 의료기관 개설허가 권한을 시·도지사로 정해 개설 허가 절차를 강화한다.

각 시·도는 병상관리 기준을 바탕으로 지역별 의료 이용, 의료 생활권 등 지역 상황을 고려해 10월 말까지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기능과 감염병 대응, 권역 책임의료기관 중심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필요한 병상은 과잉 공급지역이라도 예외적으로 병상 증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7곳이 분원 9곳 개원을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수도권 내 병상 수는 6000개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올해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 의료기관 개설 및 병상 증설을 추진 중인 경우에는 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을 불허하진 않는다는 방침이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대형병원의 수도권 분원 등 신·증설을 제한할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 전이라도 관리계획 등 추가 시책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병상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상관리도 강화한다.

병원이 간호인력을 많이 배치할수록 재정지원을 많이 받도록 간호인력 지원수가를 개편한다. 간호등급제 하한선은 강화해 인력 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한다. 감염병 예방 등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환기, 병상 수 기준 등 병상 시설 기준도 정비한다.

박 2차관은 “병상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되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병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병상 증가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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