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을 ‘010’으로…‘신형 중계기’ 보이스피싱 일당 적발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5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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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등 위반
25명 입건·20명 구속기소…태국인, 미성년자 포함
기존 ¼ 크기 신형 중계기 사용…국내 최초 적발
확인된 범행 횟수만 73회, 피해액 15억원 달해

전문적인 분업화를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터넷 전화번호를 바꿔 범행을 도운 조직이 수사 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태국인이 관리 총책에 미성년자도 포함된 조직인데, 이들로 인한 피해액 중 확인된 금액만 약 15억원에 이른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합수단)은 25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어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 무선라우터·대포유심 유통조직 총책,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 중계기 조립 및 테스트 담당자 등 총 25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조직은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 무선라우터·대포유심 유통조직 총책,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 중계기 조립 및 테스트 담당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를 받는다. 합수단이 확인한 보이스피싱 범행 횟수만 73회, 피해액만 약 15억원에 달한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중계기를 수입 및 배송해주면, 이를 한국에 위치한 사무실로 보내 관리 총책이 이를 관리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계기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무선라우터와 대포유심 공급자를 따로 뒀다.

또 대포유심을 얻기 위해 불법 구입한 외국인 여권으로 선불유심 가입 신청서를 작성해줄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 등도 포섭했다. 이들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으로 신원을 숨긴 채 연락했고, 철저한 분업화를 꾀했다.

이 가운데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인 태국인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무실을 관리하고, 중계기, 휴대폰, USB형 중계기를 연결할 HUB 등을 각 사무실로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피해자 21명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약 3억5581만원이다.

A씨는 지난해 45월 피해자 9명으로부터 1억2290만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한 사실로 불구속 수사·재판을 받던 중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무선라우터·대포유심 유통조직 총책 B씨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중계기 사무실에서 사용할 무선라우터, 대포유심 등을 A씨에게 공급하고, 중국에 있는 본 조직이 이를 통해 발신 번호를 조작해 피해자 9명으로부터 5억1490만원을 편취하는 것을 도왔다.

B씨 등 유통조직은 이 기간 동안 사무실 3곳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홍보를 담당하는 텔레마케팅팀을 운영하고, 필로폰 약 4.8㎏을 매수한 후 7회에 걸쳐 이를 매도한 혐의도 받는다.

합수단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달까지 약 4개월 동안 수당 등으로 각각 수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동통신대리점 업주 C씨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 명의의 가입 신청서를 위조해 약 390개의 대포유심을 개통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에 124개의 대포유심을 개통 및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7세 미성년자인 D군은 올해 3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한 뒤 한 달 동안 중계기 부품을 수령해 조립한 후, 이를 사무실로 전달하고,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한 혐의를 받는다.

D군은 불법 스포츠 토토로 돈을 잃은 후, 고액 단기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아 조직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D군은 중국 조직이 제시하는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통과해 범행에 가담했으며, 부하를 두는 중간관리자로 올라가기 직전에 검거됐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해 10월부터 국가정보원과 협력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이들의 사기 범행에 사용된 중계기 유통·관리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수사 결과, 합수단은 26곳의 중계기 사무실 및 창고를 확인했다. 중계기 621개, 대포유심 2832개, 노트북·PC 31개, 휴대전화 100개, 무선라우터 682개 등을 압수해 추가 범행 가능성을 차단했다.

합수단이 발견한 중계기 중에는 기존 중계기 ¼크기로, 분전반 등에 숨길 수 있고 3G 전파 탐지에도 걸리지 않는 신형 중계기가 포함됐다. 이는 국내 최초로 신형 중계기를 적발한 사례로, 합수단은 경찰청·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수백개를 회수했다.

합수단은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불법체류 태국인들을 중계기 운영자로 모집한 외국인 모집책들에 대하여도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용이하게 하는 대포유심·중계기·무선라우터의 유통 등 관련 범죄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보이스피싱 조직 및 연계 조직을 끝까지 추적하여 엄단함으로써 우리 국민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합수단은 지난해 7월29일 출범 이후 현재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외 총책 등 총 278명을 입건하고 86명을 구속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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