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방치 담배공장이 ‘문화제조창’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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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2003년 문 닫은 연초제조창
시민 문화공간 ‘111CM’으로 재개발
전시-버스킹 등 다양한 체험 행사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조성된 시민 커뮤니티 공간 ‘111CM’에서 주민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과거 연간 1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수원연초제조창이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조성된 시민 커뮤니티 공간 ‘111CM’에서 주민들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과거 연간 1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수원연초제조창이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건너편 대유평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111CM’.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담배공장’이라 불리던 수원연초제조창이었다. 한창 때 1500명 넘는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 ‘88’ ‘라일락’ ‘한라산’ ‘THIS’ 같은 담배가 연간 1100억 개비 생산돼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3월 공장 가동이 중단된 후 15년 동안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며 골칫거리가 됐다. 이 지역의 역사성을 살리는 방법을 고심하던 수원시는 옛 지명을 따 대유평공원을 조성하고, 담배공장 건물 일부를 남겨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2021년 11월 개관한 커뮤니티 공간에는 지번(정자동 111번지)과 커뮤니티(Community) 영문을 결합해 ‘111CM’이란 이름을 붙였다.

시설의 회색빛 콘크리트 외관은 옛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낡은 기둥, 파이거나 긁힌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설 한쪽에는 주제별로 공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있다. △연초제조창 건립 △연초제조창 30년 △버려진 건물의 재생 △산업 유산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등이다.

건물 내부는 2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A동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운영 중이다. 2층 휴게공간에선 오래된 지붕과 천장 등을 통해 건물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B동은 다양한 전시·체험 공간이다. B동 뒤편에는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라운지 공간이 나온다. 방문객이 편하게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긴 테이블도 놓여 있다. 라운지 뒤편으로는 다목적실, 창작활동교육실, 스튜디오 등이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 이재권 씨(58)는 “어린 시절 연초제조창 앞 잔디밭으로 소풍을 오거나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최근 휴게공간으로 재탄생하긴 했지만 건물 등이 보존돼 있어 옛 추억을 생각하며 종종 찾는다”고 했다.

연초제조창이 111CM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문화제조창’이란 별칭도 얻었다. 주민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전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개관 전시 ‘인앤드아웃(IN & OUT)’을 시작으로 지난해 ‘THE 담배공장+’ 등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전시 투어 및 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과 버스킹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넓은 평야 지대라는 뜻에서 ‘대유평’으로 불렸다. 정조 때 수원화성을 짓는 데 동원된 백성이 굶지 않도록 만든 둔전도 이곳에 설치됐다.

1971년 4월 약 36만 ㎡(약 10만9000평)의 부지에 약 7만5000㎡(약 2만3000평) 규모의 연초제조창이 들어서면서 대유평은 ‘농업의 산실’에서 ‘근대 산업의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 연초제조창은 공장 자동화 등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동을 멈췄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산업화를 이끌며 화려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물이 방치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흉물로 남을지, 근대문화유산이 될지는 활용하기 나름이다. 앞으로도 오래된 스토리를 추억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수원시#15년 방치 담배공장#11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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