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2003년 문 닫은 연초제조창
시민 문화공간 ‘111CM’으로 재개발
전시-버스킹 등 다양한 체험 행사
경기 수원시 장안구 화서역 건너편 대유평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111CM’.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담배공장’이라 불리던 수원연초제조창이었다. 한창 때 1500명 넘는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 ‘88’ ‘라일락’ ‘한라산’ ‘THIS’ 같은 담배가 연간 1100억 개비 생산돼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3월 공장 가동이 중단된 후 15년 동안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며 골칫거리가 됐다. 이 지역의 역사성을 살리는 방법을 고심하던 수원시는 옛 지명을 따 대유평공원을 조성하고, 담배공장 건물 일부를 남겨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2021년 11월 개관한 커뮤니티 공간에는 지번(정자동 111번지)과 커뮤니티(Community) 영문을 결합해 ‘111CM’이란 이름을 붙였다.
시설의 회색빛 콘크리트 외관은 옛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낡은 기둥, 파이거나 긁힌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시설 한쪽에는 주제별로 공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있다. △연초제조창 건립 △연초제조창 30년 △버려진 건물의 재생 △산업 유산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등이다.
건물 내부는 2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A동에는 베이커리 카페가 운영 중이다. 2층 휴게공간에선 오래된 지붕과 천장 등을 통해 건물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B동은 다양한 전시·체험 공간이다. B동 뒤편에는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라운지 공간이 나온다. 방문객이 편하게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긴 테이블도 놓여 있다. 라운지 뒤편으로는 다목적실, 창작활동교육실, 스튜디오 등이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 이재권 씨(58)는 “어린 시절 연초제조창 앞 잔디밭으로 소풍을 오거나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최근 휴게공간으로 재탄생하긴 했지만 건물 등이 보존돼 있어 옛 추억을 생각하며 종종 찾는다”고 했다.
연초제조창이 111CM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문화제조창’이란 별칭도 얻었다. 주민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전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개관 전시 ‘인앤드아웃(IN & OUT)’을 시작으로 지난해 ‘THE 담배공장+’ 등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전시 투어 및 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과 버스킹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넓은 평야 지대라는 뜻에서 ‘대유평’으로 불렸다. 정조 때 수원화성을 짓는 데 동원된 백성이 굶지 않도록 만든 둔전도 이곳에 설치됐다.
1971년 4월 약 36만 ㎡(약 10만9000평)의 부지에 약 7만5000㎡(약 2만3000평) 규모의 연초제조창이 들어서면서 대유평은 ‘농업의 산실’에서 ‘근대 산업의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 연초제조창은 공장 자동화 등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동을 멈췄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산업화를 이끌며 화려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물이 방치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흉물로 남을지, 근대문화유산이 될지는 활용하기 나름이다. 앞으로도 오래된 스토리를 추억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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