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82년 역사 속으로”…서울백병원, 8월 말 진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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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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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뉴스1
서울백병원. 뉴스1

82년간 역사를 이어오던 서울백병원이 오는 8월 말로 환자 진료를 종료한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7일 “각 부속병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8월 31일까지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원내 공지와 전화, 문자를 이용해 외래 및 입원,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종료일과 함께 진료 및 각종 서류발급 관련 사항 등을 안내하고 입원 중인 환자의 타 병원 전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수련 중인 인턴들에 대해선 “형제 백병원 또는 타 병원으로의 이동 수련을 적극 지원해 수련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며 “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백병원은 백인제 선생이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이 시초다. 해당 병원은 유명 드라마에도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달 20일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 20년간 1745억 원에 달하는 누적적자 등을 이유로 폐원을 결정했다.

당시 인제학원 측은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 자문을 받았고,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거주시설 등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논의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인제학원 측은 도심공동화와 주변 대형병원의 출현을 언급하며 “중증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으로, 이미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3∼5월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66.2%, 일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지난달 20일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병원 측은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폐원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현재 부지와 관련하여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폐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며 “또한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 구성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며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의 폐원 방침이 알려지자 병원노조, 교수, 동문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지부장은 “병원 측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진료 종료 시점을 결정했다”며 “다른 백병원 노조 지부장들과 모여 긴급회의 중이다.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백병원 동문들 또한 성명을 통해 “인제학원 이사회의 독단적인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폐원 의결을 철회하고 서울백병원이 의료와 의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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