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밖 출산 방지” vs “양육포기 조장”…보호출산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30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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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밖 출산 막아 신생아 유기·살해 등 방지"
"양육 포기 부추기고 친부모 찾기 어려워져"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아동’ 발생을 막을 제도적 장치로 ‘출생통보제’와 함께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도입에 큰 이견이 없는 출생통보제와 달리 보호출산제는 실효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아기가 태어난 병원에서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보호출산제를 병행해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병원 밖 출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등과 “보호출산제는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신생아의 부모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야당·아동인권단체 등이 맞서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낳은 뒤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찬성 측은 미혼모 등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산모를 보호하고, 병원 밖 출산을 막아 신생아를 유기 또는 살해, 불법거래 등으로부터 지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출생통보제로 미등록 아동을 방지할 수 있지만 신상 노출을 꺼리는 혼전 임신, 청소년 임신 등 위기 임신부는 출생통보제를 피하려 병원 밖 출산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보호출산제 없는 출생통보제는 오히려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아이를 키우기 힘든 미혼모 등이 영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전과 출산 당시와 출산 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위기 임산부들이 출생 등록을 회피하면서 지난 10년 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신생아는 2000명 가량에 달했다.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동인권단체 등은 위기 임산부 지원 제도가 부족한 가운데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신생아가 향후 친부모를 찾을 수 없어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아동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배치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은 당사자 동의 없이 친부모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위기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보호출산제로 보호되는 것은 친부모의 익명성“이라면서 ”아이가 입양된 후 성인이 돼 친부모를 알고 싶더라도 ‘뿌리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임산부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 주도의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통해 위기 임신부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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