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3시간 거리 달려 ‘헌혈’…아픈 반려견 살린 13마리 견공들의 은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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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 별관에서 아시아 최초 반려동물 헌혈센터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 소속 헌혈견 13마리 은퇴식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은퇴한 헌혈견 진주의 모습. 아임도그너 제공.

“견주들은 아픈 강아지를 보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헌혈은 이런 마음을 실천할 기회였습니다.”

헌혈견으로 활동해온 2014년생 래브라도리트리버 ‘진주’의 견주 김시연 씨(41)는 26일 진주의 현혈견 은퇴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병원 별관에선 아시아 최초 반려동물 헌혈센터인 ‘KU 아임도그너(I’M DOgNOR)’ 소속 헌혈견 13마리의 은퇴식이 열렸다. 진주를 포함해 올해로 생후 8년이 지난 헌혈견 13마리가 자격 요건에서 벗어나게 된 것.

행사에 참여한 은퇴 헌혈견 10마리에게는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와 메달을 줬다. 진주도 목에 메달을 건 채 김 씨의 곁을 지켰다.

헌혈센터 소속 200마리의 헌혈견들은 1년 동안 300여 마리의 생명을 구했다. 집에서 센터까지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이지만 진주는 2020년부터 4차례 헌혈에 참여했다. 은퇴견 중에선 가장 많이 헌혈에 참여했다. 헌혈센터 관계자는 “진주의 혈액으로 최소 16마리의 강아지가 새 생명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반려동물 헌혈센터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 개소 이래 첫 번째 은퇴식에 10마리의 헌혈견과 보호자들이 참석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26일 반려동물 헌혈센터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 개소 이래 첫 번째 은퇴식에 10마리의 헌혈견과 보호자들이 참석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이날 은퇴한 2014년생 골든레트리버 헌혈견 ‘복구’ 역시 지난해 8월 응급 수혈을 요청받고 수혈에 나서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복구의 주인 이원상 씨(43)는 “혈액 공급을 위해 사육되는 공혈견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 그런 비극을 막으려고 헌혈에 나섰다”며 “다행히 복구가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아 3번이나 헌혈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헌혈견은 전염성 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몸무게 25kg 이상 대형견만 신청해 선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헌혈 한 차례에 320~400ml의 채혈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형견 3, 4마리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이날 은퇴한 헌혈견들도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대형견들이었다. 진주의 견주 김 씨는 “큰 덩치가 무서워보일 수 있지만 다른 친구를 살리는 것도 큰 덩치라서 가능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건국대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지난해 8월 부속 동물병원 산하에 아시아 최초 반려동물 헌혈 센터 ‘KU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를 열었다.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은 이날 “헌혈 문화 정착에 기여한 열 세 마리의 헌혈 영웅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공혈견 의존도를 낮추고 반려가정 헌혈 문화를 정착해나가기 위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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