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테러 위험 신고했다가 강제추방 위기 놓인 이주노동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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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자격연장 불허처분 취소 소송 1심 패소

“왜 동포를 신고했느냐는 항의성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막막합니다.”

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광주지법. 인도네시아 출신 40대 이주근로자 A 씨 부부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체류자격연장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날 패소 판결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1심 판결로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A 씨가 동포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는 처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A 씨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했다. 2018년 7월엔 광주의 한 공장에서 일했는데, 불법체류자 동료 B 씨(25)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B씨는 동포들과도 어울리지도 않았고 은둔형 삶을 살았다. 주변에선 B씨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추종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A 씨는 “무슬림은 평화를 사랑하는데 혹시 B 씨가 폭력상황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A 씨는 6개월 동안 B 씨를 꾸준히 살펴봤고 B 씨가 총알(사진)과 폭탄제조 영상이 담긴 외장하드 등을 갖고 있는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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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수사에 나서 B 씨를 입건한 뒤 강제 추방시켰다. 2019년 경찰은 A 씨가 불법체류자긴 하지만 국가안보침해사범을 검거하는데 기여한 만큼 인도적 체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2년 간 인도적 체류 비자가 발급됐지만, 2021년 비자 연장이 거부되면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였고, A 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 씨는 강제 추방될 경우 남편은 물론 자녀 2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A 씨는 “경찰에 B 씨의 위험성을 알린 직후 인도네시아 친정집 유리창이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거나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그의 행방을 묻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의 딸 초등학교 친구 30여명은 법원에 “친구를 강제 추방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미선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 소장은 “A 씨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한국에선 강제추방 위기에, 동포들에게는 욕을 얻어먹는 딱한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A 씨 가족의 강제추방을 막기 광주고법에 항소를 하고 국민청원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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