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女 사이클 선수 도민체전 참가에 “아름다운 도전” vs “형평성 문제”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6월 2일 17시 33분


코멘트
사진=나화린 씨 인스타그램
사진=나화린 씨 인스타그램
트랜스젠더 여성 사이클 선수 나화린 씨(38)가 3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경기 3종목에 출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은 나 씨가 최초다.

현재 강원 철원군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 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6월 3~5일에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선수로 출전한다”고 알렸다.

그는 “저는 강원도 철원군 대표 사이클 선수였다. 그리고 남성으로 태어났다가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법적으로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법적으로는 완벽한 여성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전환 수술 전 ‘뚜르 드 코리아’에 출전했던 사진과 제 47회 강원도민체전(2012년) 사이클 개인전 4관왕에 올랐던 축하 현수막 사진을 올리며 “예전에는 참 잘 탔었다. 그 후에 개명도 하고 엄마 성 씨로 성본 변경도 했다. 이제는 성별까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나 씨는 “6월 3~5일에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선수로 출전한다. 열심히 자전거 훈련했더니 신우신염도 금세 나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나화린 씨 블로그
사진=나화린 씨 블로그


나 씨는 지난해 10월 성전환 수술을 받아 법적으로 완벽히 여성이다. 하지만 36년간 남성으로 살아왔으며 성전환 수술 전 도민체육대회 남성 사이클 개인전 4관왕에 오른 전적도 있어 다른 참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영국의 트랜스젠더 여성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는 국제 사이클 연맹으로부터 “다른 여자 선수들과 형평성 문제로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통보 받은 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도민 체전 등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라는 항목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은 따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많은 누리꾼들은 나 씨의 용기를 응원했지만, 한 누리꾼은 2일 나 씨의 블로그에 “여성부문에 출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피지컬이 아무리 여성호르몬을 맞아도 보통 여성과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참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나 씨는 “맞다. 그렇기 때문에 출전한다. 해외에서는 안 좋은 사례가 많다. 성전환선수 본인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고, 다른 여성 참가자들은 피해를 본다. 체급으로 구별하는 종목들이 있듯이 성별도 남자, 여자, 성전환자. 이렇게 구별해서 출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