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장공비가 일가족 살해…法 “북한·김정은 손해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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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9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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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노동신문=뉴스1
1968년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일가족 5명을 모두 잃어 고통 속에 살다 생을 마감한 고(故) 고원식 씨의 유가족이 북한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19일 고원식 씨 아들 고모 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중심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오지영 판사는 고 씨 측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고 씨 측 청구원인에 따르면 울진·삼척을 통해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은 1968년 11월 20일 평창에서 고원식(당시 35세) 씨의 아버지(60), 어머니(61), 아내(32), 첫째 딸(6), 둘째 딸(3)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당시 예비군소대장이었던 고원식 씨는 근무를 위해 집을 비워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원고 측은 “북한은 고인의 위자료 청구 채권을 상속한 원고에게 2억2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우선 일부 금액인 4000만 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909만 원을 청구했다.

원고 측은 “일가족이 참혹하고 잔인하게 살해되기까지 느꼈을 정신적·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그 시체가 유기되는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고인이 느꼈을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고원식 씨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일가족의 몰살이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피해를 봤고, 긴 시간 형언할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일가족들이 그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일실수익(사망에 따른 예상 수입 상실분)을 산정하기는 어렵더라도 배우자가 젊었고, 자녀들도 매우 어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원고 측은 통일부와 이북5도위원회를 통해 북한 측에 소장을 보낼 방법을 타진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결국 재판은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통상의 방법으로 서류를 보낼 수 없는 경우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그 사유를 법원 게시판 등에 공고해 상대방이 언제라도 받을 수 있게 하는 송달 방법이다.

재판부는 청구액 전액을 인용, 북한과 김정은에게 각각 4000만 원과 90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액에 대해 사건이 발생했던 1968년 11월 20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고 씨 측은 현재 법원에 공탁된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면서 북한에 내야 할 저작권료 20억 원을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시도할 계획이다.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1968년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무장공비 120명이 울진과 삼척 지역에 침투해 12월 28일까지 두 달여간 민간인 등 40여 명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북한 무장공비 7명이 생포되고 113명이 사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10일 고원식 씨 일가족 희생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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