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0억 든 거제 ‘짝퉁 거북선’, 154만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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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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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뉴스1
경남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 야외광장에 전시된 거북선. 뉴스1
20억 원을 들여 제작하고도 ‘짝퉁 논란’과 부실 제작 등으로 애물단지가 된 거제 거북선이 154만 원에 팔렸다.

17일 경남 거제시는 전날 진행한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임진란 거북선 1호’가 154만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지난 2월 1억1750만 원으로 거북선 매각을 추진했지만 7번이나 유찰된 끝에 154만 원에 매각됐다.

낙찰자는 개인이며 사용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잔금을 치르고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 계약 후 30일 이내에 물건을 인수해야 한다.

거북선 인수인계에 드는 모든 제반 비용은 낙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의 3층 구조이며 무게만 100t이 넘어 이동이 쉽지 않은 탓에 그간 계속 유찰됐다.

이 거북선은 2010년 김태호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도가 진행한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국비와 도비를 합쳐 총 20억 원이 투입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도 불렸다.

당초 경남도는 거북선 제작에 국내산 소나무 금강송을 썼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가 계약과 달리 임의로 80% 넘게 수입산 목재를 써 약 10억 원의 차익을 남기면서 ‘짝퉁 거북선’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일로 업체 대표는 구속됐고,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는 사과했다.

거제시는 2012년 경남도로부터 거북선을 인수해 거제 지세포항 앞바다에서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는 등 관리가 어려워 결국 육지로 옮겼다. 현재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돼 있다.

거북선은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렸고 태풍 힌남노 당시 선미 부분이 파손됐다. 거제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지 보수에 쓴 예산만 1억5000만 원이다. 거제시는 수억 원을 들여 거북선을 유지 보수해도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수입 소나무를 사용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태풍 등 영향으로 파손되기도 했고, 안전사고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어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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