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 숨졌는데 질식? 심근경색?…대법 “신빙성 면밀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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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7일 0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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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News1
식사 도중 숨진 환자의 유족과 보험사간 소송전에서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사인을 두고 의료기관들이 다른 감정 결과를 내놨는데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의 자녀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2월 계단에서 넘어진 뒤 입원과 외래진료를 병행하다가 2019년 3월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약 한 달 뒤 누룽지와 당뇨환자용 밥을 먹다가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었다.

병원 의료진은 즉시 하임리히법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A씨는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몇 시간 뒤 숨졌다.

A씨 자녀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로 인한 신체 상해로 사망한 경우(질병 사망 제외) 보험금 1억5000만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A씨 자녀는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그 원인이 됐거나 적어도 질식이 급성심근경색증 등 내부적 요인과 경합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A씨는 지병인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한 것이지 질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1심과 2심은 A씨 자녀의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질식을 일으켰고 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오로지 급성심근경색증이라는 내부적 요인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고 질식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공동 원인이 됐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사인을 두고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모순되거나 명료하지 않은 의견을 낸 점을 짚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서울의료원은 질식과 급성심근경색증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소견을 냈다.

반면 한양대 구리병원은 A씨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이고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질식이 발생했거나 질식이 심정지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회신했다.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사인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쉽게 추정해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2심이 근거로 삼은 서울의료원 감정결과에 배치되는 의견이 존재하고 서울의료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과정에서 일부 절차상 미비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 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로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했다”며 “그런데도 2심은 이러한 사정을 면밀히 살피거나 심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질식이 사망 원인이라는 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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