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분교’ 생긴다…초등학교 대상으로 하반기에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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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초등교 입학생 줄어
과밀학급 지역에도 분교 추진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의 초등학교들을 대상으로 ‘분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이 학생 감소와 폐교,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 여건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분교 설립이 활성화되면 대단지 아파트 건설 등으로 인구가 급증한 지역에 신속히 소규모 학교를 세우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월부터 ‘서울형(도심형) 분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6개월가량의 연구를 거쳐 하반기(7∼12월)에 서울형 분교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형 분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인구 유출이 가파른 구도심 지역에선 소규모 학교를 없애지 않고 인근 학교의 분교 형태로 바꿔 운영하는 것이다. 반대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후 학생 인구가 늘어난 지역에는 각종 기준이 까다로운 신설 학교 대신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소규모 분교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와 과밀학급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상존하는 서울에선 새로운 학교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교땐 통학거리 늘어 소규모 분교 유지 필요”


인구증가 지역선 과밀학급 해소
본교 인력 공유로 운영비 절감
“다양한 교육 제공 어려울 수도”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 총 17명이었다. 지난해 2개 학급(학생 28명)을 운영했던 1학년은 올해 학생 수 감소 탓에 한 학급으로 줄었다. 이 학교는 현재 1∼6학년 재학생이 총 140명이고, 총 10개 학급에 학급당 학생 수는 12.7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폐교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 잇단 폐교에 통학 등 우려… “작은 학교 필요”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관내 605개 초교 중 신입생이 ‘50명 이하’인 학교는 107곳(휴교 4개교 포함)이다. 2018년 67곳에서 5년 만에 40곳이 늘었다. 신입생이 20명 이하인 학교도 7곳이다. 2015년 금천구 홍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문을 닫았고, 올 2월엔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다.

시교육청이 분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학생이 부족하다고 학교를 없애기보단 특성화된 소규모 학교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정원 240명 이하 소규모 초교는 올해 62곳에서 2027년 85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조건 학교를 통폐합하면 초교 저학년생은 통학에 문제가 생기고, 학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거리 통학이 아동 대상 범죄 노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역 교육 여건 악화, 인구 유출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분교의 이점도 있다. 소규모 학교를 그대로 두는 것보다 분교 형태가 되면 본교의 행정 및 관리 인력을 공유해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학교장도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 시교육청은 학교 배정 기준이 되는 통학 거리(1.5km)를 유지하기 위해 저학년 중심의 분교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과밀학급 해소 효과도…“적정 규모 필요”
시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서도 분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서울 강남구는 초교의 과밀학급 비율이 37.7%, 서초구는 35.9%다.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이면 과밀학급이다. 재건축, 재개발 후 인구가 몰린 지역에 제때 학교가 세워지지 않은 결과다. 학교를 신설하려면 인근 가구 수가 4000가구 이상이어야 하고 학교 용지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교는 이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돼 ‘제2 캠퍼스 형태’로 빠르게 세울 수 있다. 2010년 개교한 대전 대덕초 도룡분교는 인근의 신규 입주 단지가 1000가구 안팎이었지만,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총 7학급 규모의 분교를 만들 수 있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소규모 학교 유지와 통폐합의 절충점으로 분교 설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규모가 너무 작으면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과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초등학생#분교#서울시#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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