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수립에 기업 나서야”… 민간참여 확대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요기획]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첫 세미나… 이민 통한 인구문제 해결 논의
이민 증대 수혜 볼 기업들 정책 참여 및 이민자 수도권 집중 등 관련 대책 필요
국내 이민정책 총괄 기구 있어야

지난달 30일 열린 ‘인구 감소 시대 한국의 이민 정책’ 세미나에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앞줄 왼쪽)과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지난달 30일 열린 ‘인구 감소 시대 한국의 이민 정책’ 세미나에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앞줄 왼쪽)과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이제 기업들이 외국인 이민 증가로 인한 문제 해결에 나설 차례입니다.”(이진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부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외국인 이민 확대를 위해 기업의 책임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인구 감소 시대 한국의 이민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민을 통한 인구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이민 정책 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가 늘어나 사회 갈등이 늘어날 경우 이를 봉합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만 충당하는 게 맞느냐”며 “향후 이민자 증가의 ‘수혜자’가 될 기업들이 이민 증가에 따른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는 독일 사례가 꼽힌다. 독일은 난민 등 이민자 유입이 늘자 2008년 이민 정책의 틀을 만드는 ‘통합 및 이주를 위한 독일재단 전문가 위원회’를 신설했다. 폭스바겐, 보쉬, 도이치텔레콤 등 독일의 주요 기업이 여기에 출연한 뒤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외국인 유입과 관련된 정책 형성에 참여하고 그만큼 책임도 지는 구조다.

이날 발표자들은 한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이 수도권 집중, 노동시장 양극화 등 이른바 ‘한국병(病)’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민자는 정주하는 사람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이동한다”며 “정부가 이민자들을 인구소멸지역에 주로 받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우리 산업과 노동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민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이민자의 수도권 집중도는 이미 2019년 기준 59.4%에 이른다.

미리 특정 직종에 종사할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혜경 배재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은 외국인 육아근로자 유입 논의가 많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이 되는 시점부터는 돌봄근로자 도입 논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캐나다, 뉴질랜드 등 이민 정책을 잘 갖춘 국가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 회장은 “지금 5184만 명인 한국 인구는 2060년 4262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이민자 유입만으로는 현재의 경제활동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정년 연장 등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참여한 많은 연구자들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흩어진 국내 이민 정책을 총괄 조정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발기인인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인구 위기는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만큼 이제 인구 정책으로서의 이민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민정책#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