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대학이 국가 균형 발전의 주역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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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태 순천대 교수

문승태 순천대 교수
문승태 순천대 교수
한국 사회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수도권 인구집중, 지방소멸, 지방대학 존립 위기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를 넘어서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일어나면서 지방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출산율은 0.79명으로 출산율 회복의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은 164곳에서 1만8000여 명을 채우지 못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 고교생 10만 명 이상은 매년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다. 지방대 졸업생 10만여 명도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다. 청년의 수도권 이동은 주택난을 비롯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 주도 국가 균형발전 시급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나라 살리는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이라며 지방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대안으로 교육을 가장 우선에 둔 것이다.

그러나 지방소멸 대안의 중심에 있는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먼저 대학들이 미래형 인재 양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 대학은 20세기 수준의 교수가 20세기 교육과정으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심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학은 겉으로 보이는 인프라에만 투자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껍데기보다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코세라(Coursera) 과정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세계의 청년들을 모으고 있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변화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은 대학의 의무이다. 지방대학들도 평생교육 시대를 맞아 진로와 직업, AI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참여해야 한다. 교육 혁신이 성공하려면 미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실행력이 우선 필요하다.

지방대학-기업-지자체 융합이 성공 열쇠
전남 순천시는 친환경이 강점인 굴뚝 없는 도시다. 순천의 기후, 생태 등 환경 경쟁력은 뛰어나다. 순천은 4월부터 국가 정원박람회를 다시 개최한다. 순천의 발전 전략은 정원의 공간적 개념을 뛰어넘어 융합의 방법을 제시하는 데서 나와야 한다. 디지털과 반도체, 메타버스 인공지능이 가세하면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순천대의 역할도 순천시 발전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순천의 해양과 산림 자원은 순천대의 연구력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대학과 시가 융합해 ‘순천형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농생명과학에 인공지능과 로봇, 반도체, 디지털, 메타버스로 무장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국가 잡월드를 이용해 한국을 넘어 세계 청소년들의 진로 체험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유·초·중·고교와 대학이 조화를 이뤄 ‘순천형 교육’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순천형 교육은 지역 균형발전을 이끄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대학과 도시는 공동운명체다. 순천대가 보유한 자원을 지자체, 기업과 연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대학은 기업이 응용할 수 있는 연구력을 갖추고 있다. 순천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이 학과에 문화 창작, 영상미디어 등 학문 분야를 융합하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디지털 능력을 보유한 웹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충원율은 100%, 올해 입시 경쟁률은 11.5 대 1에 이르렀다.

순천대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의 경쟁력이 순천시의 문화 콘텐츠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순천의 자연환경과 순천대의 학문적 역량, 만화애니메이션 학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경쟁력은 외국 유학생을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은 기업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대학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규제, 제도 정비 등을 통해 대학을 도와야 한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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