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억 원 들여 문해교육 사업 지원
60∼80대 수강생 모인 문해력 수업
연간 240시간 수강 시 학력 인정도

●메뉴판 스마트폰 키오스크… “읽을 수 있어 행복”
이날 수업은 노원여성교육센터가 운영하는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다. 초등 과정의 기초 문해(읽기 쓰기) 교육을 받는 수강생들에게 금융, 디지털 등 ‘생활 문해력’을 높여주고자 마련됐다. 약 500명의 수강생이 매주 2, 3회씩 1년 과정의 수업을 듣고 있다. 연간 240시간 수업을 들으면 초교와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센터에는 수업 참여 대기자가 있을 만큼 ‘만학의 꿈’을 이루려는 고령 학습자가 많다. 평생 화장품 판매와 식당 일을 하면서도 정작 숫자를 읽고 쓸 줄 몰랐다는 탁순재 씨(79)는 지난해 5월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탁 씨는 “평생 암산만 하고 식당 메뉴판도 제대로 못 읽고 살았는데, 이젠 성경책도 읽고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세상이 디지털화하면서 ‘겨우 글을 읽고 이해만 하는 수준’으로는 불편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센터에서도 고령 학습자들이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불편함 없이 사용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키오스크 프로그램을 태블릿PC에 옮겨 연습시키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기차표를 예약하는 방법도 교육한다. 실제 매장에 가서 키오스크로 주문해보는 실습 수업은 수강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성인 200만 명, 기초 읽기-산수 어려움 겪어

교육부는 성인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2023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성인 문해교육 강좌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 등에 지난해보다 11억4000만 원이 늘어난 68억8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디지털 문해교육 사업에도 재정 지원을 시작한다. 온라인 계좌 이체, 배달 앱 등 스마트폰 활용, 키오스크 주문 등 디지털 문해교육을 운영하는 기관에 지원금을 주는 형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수와 기관 규모 등에 따라 연간 300만∼1500만 원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도 정부 지원금만큼 투자해야 하지만, 재정자립도 10% 미만 기초지자체는 예외다.
●지역마다 교육 격차 우려… “확대 방안 모색”
2017년 3만9732명이었던 전국 성인 문해 학습자는 지난해 7만9345명으로 5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여건이 안 돼 학습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등 지방과 대도시의 문해교육 격차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교육 시설과 교사 등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각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많아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는 오히려 지원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의 작은 시군 중에는 문해교육을 비롯한 성인 평생교육 과정을 지원하는 ‘평생교육사’의 채용을 줄이고 지방 행정직이 해당 업무를 대신하는 곳도 많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삼수 교육부 평생학습지원과장은 “디지털 문해교육이 중요해지면서 성인 문해교육 대상은 중년층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뿐 아니라 각 시도 교육청과 함께 문해교육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