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사이버 애인’을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노릇을 한 2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정혜원)은 사기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29)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소개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 B 씨로부터 회사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 씨 소개로 알게 된 사람에게서 피해자의 인상착의와 접선 장소를 제공받아 직접 돈을 받는 역할을 했다. A 씨가 일한 곳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이 조직은 피해자에게 대출 신청을 유도한 뒤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A 씨에게 현금을 전달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가 현금 수거책을 하며 건네받은 돈만 3억 원이 넘었다. 피해자 6명에게서 적게는 8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남자친구에게 속아 정상적인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의 일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는 B 씨를 한 번도 본 적 없을뿐더러 B 씨가 일하는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몰랐다.
재판부는 “범행의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을 외면하거나 용인한 채 역할을 수행했다”며 “경찰의 전화를 받은 후에도 B 씨에게 물어보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한 점, 얻은 이익이 적은 점, 범행 가담 기간이 길지 않은 점,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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