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거리’ 폐지에 신촌 상인들 “희망”…학생들은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5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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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 신촌역 3번 출구, 파란색 173번 버스가 신촌로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왔다. 막아서는 차가 없자 버스는 미끄러지듯 달려 두 블록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 승객 두 명을 뱉어냈다. 500m 길이의 왕복 2차선 연세로에는 버스 단 세 대만 운행 중이었다. ‘차없는거리’에서 시민들은 보행자 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인도와 차도를 건너다녔다.

하지만 20일부터는 이 같은 모습을 보기 힘들어질 예정이다. 오는 9월 말까지 차량 통행이 전면 허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날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운용을 이달 20일부터 9월 말까지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연세대 정문에서 지하철 신촌역 구간에 조성된 서울시 최초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이다.
해당 구간은 상습 정체 구간이었으나, 2014년 1월부터는 버스나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했다. 상업지구 활성화와 쾌적한 보행자 공간 등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신촌 상권은 점차 기울었고,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9월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공식 요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5일 기준, 1984명의 신촌 상인이 연세로에 차량 통행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대문구청이 설문조사 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지역 상인들과 연세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에 응답한 신촌 상인 258명 중 67%(173명)가 차량 통행 허용에 찬성했다. 지난해 상인 1984명은 차량 통행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를 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만난 신촌 지역 상인들은 대체로 서울시 결정을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신촌에서 14년째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소희(52)씨는 “연세대가 1학년을 송도캠퍼스로 보내는 시기와 차량 통제 시기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촌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 그 전에는 택시 타고 이 근처에 내려서 밥 먹으러 이까지 오기도 했던 만큼 상권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점을 운영하는 신창호씨도 “대학생들만 오는 게 아니고 20대부터 60대까지 신촌을 찾는데, 차를 갖고 오기 힘들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며 “차량 통행이 시작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편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연세대 학생 김지은(23)씨는 “신촌 상권이 죽은 것은 1학년들이 송도로 간 것과 학생들이 연남·합정·상수 쪽으로 많이 가기 때문 같다”며 “차량 통행이 보행자 불편만 늘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학교 학생 박지수(25)씨도 “먼 거리에서 이곳까지 차를 끌고 찾아올 만한 식당들이 많지 않다”며 “식당들 대다수가 주점이라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차가 없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일대 주차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식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차를 끌고 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주차가 안 되니까 이곳까지 오기를 꺼린다”며 “주차장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30대 안팎의 차를 댈 수 있는 사설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는 정모씨(49)씨는 “주차장 자체가 부족해서 주말엔 주차장이 꽉 찬다. 평일에도 점심시간, 저녁 시간에 맞춰 차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가 한다”고 전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도 “인근 공영주차장은 한 곳이고 그마저도 일반인이 주차하기 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서대문구와 1∼6월의 연세로 상권 관련 데이터(신용카드 매출자료, 유동 인구 등)와 교통 관련 데이터(교통량, 통행속도, 지체율 등)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후 7∼9월 중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과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9월 말까지 향후 운용 방향을 최종 결정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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