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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전문가기고]‘Seavolution(시볼루션)’ 바다의 보물, 해양미생물로부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최그레이스 미생물자원실 실장
입력 2022-11-30 15:22업데이트 2022-11-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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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 최그레이스 미생물자원실 실장
수중 조사중인 최그레이스 실장수중 조사중인 최그레이스 실장
2018년 개봉된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몬스터호텔3’의 메인 곡인 ‘Seavolution’은 중독적인 리듬으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eavolution’은 Sea(바다)와 evolution(진화, 변화)의 합성어로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10년 전 여수에서 개최된 엑스포 국제관(독일관)에서 ‘Seavolution, 바다의 친환경적 진화’를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기도 했다. 바다는 이처럼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하 자원관)에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바다로부터 신기하고, 새롭고, 인류에게 유용한 자원을 찾아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세계 해양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46억 달러에서 2027년 63억 달러 수준으로 연간 5%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2014년 10월 생물다양성(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협약의 부속의정서로 발효된 나고야 의정서는 다른 국가가 소유한 해양생물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 자원 제공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이용에 따른 이익도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의 산업화 성공률은 육상생물보다 2.7배나 높아서 해양생물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관이 우리나라 해양생물자원을 관리하는 책임기관으로써 보유·관리하고 있는 해양미생물·미세조류는 총 2513종 1만2699주에 이르며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권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국가와 견줄 수 있는 해양생물자원 관리 기관으로 자리 잡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자원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해양바이오뱅크 사업은 해양생명자원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지속적인 확보를 통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우수한 해양생명자원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해양바이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 중의 하나다. 현재 추출물, 유전자원, 미생물, 미세조류 뱅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향장 소재 뱅크, 2023년에는 항생제 소재 뱅크, 추후 대사질환 뱅크까지 구축 및 운영 예정이다.

자원관 미생물자원실에서는 해양미생물·미세조류 바이오뱅크를 운영하면서, 수장하고 있는 해양미생물과 미세조류의 품질을 국제인증 ISO 9001:2015 아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표준화된 총 6661주의 해양미생물과 미세조류를 연구·산업계에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이는 미래 자원으로 유망한 해양생명자원 이용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양바이오산업화의 도우미 역할을 함으로써 해양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보고자 함이다.

해양생명자원 중, 해양미생물과 미세조류의 경우, 산업화 소재로써 유용성이 증명된 자원으로 배양을 통해 언제든 무한 대량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적인 자원이다. 또한 유용 소재 함량을 높이거나 대량생산을 위해 합성생물학,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적용하기 용이한 자원이다. 타 생물 종(種)과 다르게 대량 확보로 인해 해양생태계를 훼손시키거나, 먹거리로 이용 시 독성, 중금속 축적, 오염 등과 같은 걱정과 손실도 상대적으로 낮다.



자원관 미생물자원실에서는 조기철 박사를 중심으로 기업((주)마이크로알지에스크어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지방 개선에 도움을 주는 유용물질을 생산하는 국산 해양 미세조류 2종을 확보하고 대량배양에 성공했다. 이 중 1종의 미세조류에 대하여 비임상시험 규정(Good laboratory practice; GLP) 안전성 평가 검증을 일부 완료했다. 앞으로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에 따른 원료 시생산과 인체적용시험 등을 거쳐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세조류 활용 건강기능식품의 원천소재를 고부가가치 국산 해양 유래 원천소재로 대체함으로써 국내 해양바이오산업의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미생물자원실에서는 342주의 해양균류를 자원관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인 MBRIS (Marine Bio Resource Information System)에 새롭게 오픈하면서 분양 서비스를 확대하였으며, 해양미생물·미세조류 유래 향장·항생 소재 라이브러리 구축도 완료했다. 분류 체계 개선을 통하여 DB를 고도화하여 MBRIS 대국민 서비스도 강화하였다. 해양바이오 유용 소재 확보를 위해 해양미생물·미세조류로부터 친환경 바이오 농약 소재, 고부가가치 항암물질, 눈 건강소재, 오메가-3와 같은 헬스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적 유용 균주를 다수 발굴·확보하였으며, 이들이 생산하는 유용 물질 효능 검증도 마쳤다. 세계 최초 신종 해양미생물과 미세조류를 2종 확보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원의 발견도 놓치지 않았다.

‘Serendipity(세런디피티)’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운 좋은 발견, 뜻밖의 발견”이다. 일례로 194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세균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로부터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인 페니실린과 항균물질 리소자임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우연한 발견을 과학계에서 serendipity라고 한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이러한 serendipity를 경험한 적이 있다. 무관심으로 버려진 페트리 디쉬로부터 다수의 신종(novel species) 해양미생물의 분리·배양에 성공하고, 이들 신종 해양미생물들이 다양한 신규 화합물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의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해양생물자원을 관리하는 책임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그 소중한 보물을 해양미생물·미세조류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최그레이스 미생물자원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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