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로 잇단 지하화…“차 달리던 그곳이 공원으로”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29일 1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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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 하천을 따라 길게 늘어진 서울시내 주요 도로의 풍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서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 이어 경부고속도로 서울시내 구간, 강변북로 일부 구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땅 위를 꽉 채우던 자동차도로가 땅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도로가 지하에 건설되면 극심한 교통 체증이 해소될 뿐 아니라 도로가 사라진 지상부에는 누구나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이나 여가·문화·편의시설 등이 대거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로 지하화 사업계획에 인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 건설업계 등의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 등 상습 정체구간을 지하화하는 재구조화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이 찾은 리오공원은 도로 일부가 지하화되고, 지상부가 공원이 된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7년 마드리드 만사나레스강 인근의 M30 고속도로를 지하로 재구조화하고, 상부에는 8㎞ 길이의 대규모 수변공원을 만들었다. 도로로 단절됐던 공간이 수변공간으로 연결되고, 교통정체 문제까지 해결했다.

서울시도 리오공원 사례처럼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를 통해 교통 혼잡도를 줄이고, 도로가 있던 지상부는 수변, 여가, 문화 등 보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구상이다.

지하화 사업 추진 구간은 강변북로 가양~영동대교까지 17.4㎞ 구간,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까지 7.0㎞ 구간이다. 강변북로는 현재 양방향 8개 차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변북로 지하화가 추진되면 가양~영동대교 구간의 8개 차로 중 6개 차로만 지상에 남고, 지하에 각 3차로씩 6개 차로가 추가로 생겨난다.

지상에 남는 차로는 지금처럼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신호등과 횡단보도 등이 있는 일반도로로 바뀐다. 사라지는 1개 차로는 보행로로 조성된다. 시민들이 쉽게 지날 수 있는 도로가 들어서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IC 구간도 지하화된다. 경부고속도로 중 서울시가 관리하는 구간에 대한 지하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시는 해당 구간에 왕복 12차로의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올해 초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따라 경부고속도로 양재~경기 화성 구간에 대해 지하화를 추진 중이다.

도로가 지하화되면 상습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하고, 지상부를 여러가지 효율적인 공간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많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하에 도로를 건설하는 데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뿐 아니라 지하 도로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추진하는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는 약 2조2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지상부 공간에 상업시설 등을 조성해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미 여러 곳에서 민자 유치를 통해 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9월 개통한 서부간선지하도로다.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안양천변을 따라 놓인 서부간선도로의 지하 80m에 건설된 대심도 지하터널로 서울 영동포구 양평동에서 금천구 독산동까지 이어지는 10.33㎞의 왕복 4차로의 도로다. 시는 시비 2352억원, 민간자본 5267억원을 투입했다.

기존 서부간선도로 ‘성산대교 남단~금천교 부근’까지의 자동차전용도로는 해제되고 일반도로로 바꼈다. 시는 지상부를 내년까지 보도와 자전거도로, 녹지 등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또 다른 상습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월릉IC~영동대로(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 구간에 대심도 4차로 도로터널을 설치하고, 중랑천을 따라 지어진 기존 동부간선도로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교통 여건과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1·2단계로 나눠 추진 중인데 우선 월릉~대치까지 12.2㎞ 구간에 대해 대심도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을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로 기존 동부간선도로 구간(월계~송정 11.5km)을 지하화하고 중랑천에 수변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석계동에서 대치동까지 왕복 4차로로 연결하는 지하도로가 뚫리게 된다. 동남~동북권 통행시간은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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